FTA 재협상서 “車, 불공정 무역” 트럼프, TV에도 보복관세 시사 한국 반도체, 美업체에 제소당해
“미국에선 더 이상 TV 완성품을 만들지 않고 대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해온다. 이는 불공평하며 상호세(reciprocal taxes)를 부과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정부의 ‘한국 기업 때리기’가 확대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TV에 대한 보복관세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TV,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산업에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열린 무역 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에만 일자리가 생겼고 미국은 손해만 봤다”며 “몹시 나쁜 협정이고 재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통상보복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선언을 할 가능성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북미로 수출하는 TV 제품 전량을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다. 멕시코산 제품은 NAFTA 규정에 따라 현재는 0% 관세를 적용받아 왔다. 하지만 미국이 NAFTA를 탈퇴하면 멕시코산 TV에 35%까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3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재계에선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판매 물량 70만여 대 중 절반가량을 한국 등에서 만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철강은 한국이 미국에 수출만 할 뿐 수입은 없는 일방적 교역 형태인 반면 자동차는 일방적인 적자나 흑자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반도체업체 비트마이크로가 지난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관련된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소한 상태다. ITC는 관세법에 따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 및 판매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소는 통상 이슈가 아니라 특허 이슈로, 비트마이크로가 제소한 업체 중에는 HP, 델 등 미국 업체도 포함돼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 분위기에 따라 이번 일이 정치적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