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에서 매우 드문 트럼프 지지자로 활동하던 피터 틸 페이스북 이사(51)가 끝내 실리콘밸리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틸이 자신의 거처와 운영하고 있는 투자회사를 모두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옮기고 최첨단 정보기술(IT) 산업 투자 규모도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틸은 전자결제업체 페이팔과 빅데이터 분석기업 팰런티어 공동창업자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투자자 중 한 명이다. 개인 재산은 25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에 이른다.
틸은 “기성 리더십은 ‘모든 게 그대로 괜찮다’는 가짜 위안만을 제공한다”고 지적하며 ‘아웃사이더’ 지도자가 미국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동료들에게 거의 ‘왕따’를 당했다. 지난달 스탠퍼드대 강연에선 “실리콘밸리는 일당(一黨) 국가나 다름없다”며 보수적 가치의 포용을 꺼리는 실리콘밸리의 이면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 틸이 결국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식으로 실리콘밸리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다.
○ 트럼프와의 ‘전략적 브로맨스’
“머스크는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그의 화성 탐사 계획에 동참하도록 설득했고, 트럼프는 곧장 이 계획에 뛰어들었다.”
트럼프 백악관의 속사정을 폭로해 지난달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 ‘화염과 분노’는 머스크가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를 찾아가 우주 탐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적었다. 머스크는 트럼프 취임 직전 인터넷매체 기즈모도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더 많은 이성적인 목소리를 들을수록 더 좋다.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만 해서는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며 트럼프를 감쌌다.
머스크와 트럼프가 처음부터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머스크는 미 대선 직전인 2016년 11월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가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다. 또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자 머스크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둘 사이의 관계가 끝났다’는 관측이 쏟아졌지만 머스크는 백악관과 선을 완전하게 긋지는 않았다.
태양광 패널 수입에 최대 30%의 관세를 물리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정책도 머스크에게는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머스크의 기업이 네바다주와 뉴욕주에서 태양광 패널을 자체 생산하고 있어 관세 수혜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이슈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업하는 건 전체적으로 이득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 도박이 현재까지는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전략적 관계’ 넘어선 ‘영혼의 콤비’?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가 우주 개발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사실 이 둘은 ‘영혼의 콤비’일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머스크에게 예전부터 호감을 가졌던 정황은 많다. 트럼프는 2014년 자신과 머스크를 가장 좋아하는 기업가로 꼽은 한 지지자의 트윗을 자신의 계정에 올렸고, 이듬해 5월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대통령 자리에 있고 머스크는 사람들을 화성에 보내는 걸 상상해 보라”고 적기도 했다.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을 20년 전 머스크와 공동 창업한 틸은 지난해 1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머스크가 확실히 닮았다고 평가했다. 틸은 “이 말을 하면 곤란해질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정말로 그들은 비슷하다. 둘 다 ‘대가’급의 장사꾼인 데다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비범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 대중지 배너티페어도 이 같은 둘의 공통점에 주목했다. 이 잡지는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팰컨 헤비’ 발사 생중계가 20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다는 점을 짚고 “(트럼프와 머스크) 모두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쇼맨십과 언론플레이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