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 공연 갖는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
20대 소프라노를 대표하는 율리아 레즈네바는 “성악가는 첫째도 둘째도 호흡”이라며 “호흡을 다스리면 기교가 따라오고 스트레스는 사라진다”고 했다. 서울시향 제공
러시아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29)는 최근 가장 ‘힙’한 20대 소프라노다. 티 없이 깨끗한 고음과 완벽한 기교, 중세시대 인형을 닮은 외모로 세계적으로 두꺼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22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의 ‘율리아 레즈네바의 바로크 음악’ 무대에 오르는 그를 e메일로 미리 만났다.
레즈네바는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지구물리학자인 부모는 노래에 무섭게 집중하는 다섯 살 딸의 재능을 알아보곤 곧장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 입학하며 독보적 재능과 날카로운 안목이 만나 꽃길을 걸을 운을 틔웠다.
“민코프스키는 대부 같은 분입니다. 데카나와는 저를 로열 앨버트홀 공연에 초청해 주셨죠. 안토니니와 그의 앙상블은 고음악계의 보석 같은 존재고요.”
레즈네바는 음색이 순박하면서도 기교가 화려해 바로크 음악에 최적화된 콜로라투라로 꼽힌다.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이번 무대에서도 비발디 오페라 ‘그리젤다’ 중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 헨델 오페라 ‘알렉산드로’ 중 ‘사랑스러운 고독이여’, 퍼셀의 ‘아더 왕 모음곡’ 등을 노래한다. 그는 “어린 시절 함께 어울렸던 한국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소프라노 조수미도 무척 존경해 이번 서울 공연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바로크 음악은 ‘재즈’를 닮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바흐와 헨델의 오라토리오 등 바로크 음악을 좋아했죠. 노래할 때 모험을 하듯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고음악에 대한 애정은 악보 연구로 이어진다. 그는 “숨겨진 음악을 공유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며 “니콜라 포르포라의 모테트와 카를 하인리히 그라운의 아리아 악보를 발굴했을 때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