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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라-겜린, ‘아리랑’과 ‘한복’으로 수놓은 감동의 물결

입력 | 2018-02-20 15:25:00


2018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가 진행된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 네 번째로 연기에 나선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 조는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링크 위에 섰다. 잠시 후 스피커를 통해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민유라와 겜린은 음악에 맞춰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큰 감동을 선사했다. 한복과 아리랑은 이들의 엄청난 한국 사랑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다. 연기를 마치자마자 한참을 끌어안고 격려하던 둘의 모습은 모두를 감동케 하기에 충분했다. ‘홀로 아리랑’은 구전민요나 대중가요로 다양하게 재해석 된 여러 아리랑 중 독도를 주제로 한 곡이다. 대회 개막에 앞서 ‘정치색 논란’이 불거지자, 둘은 독도를 언급한 특정 부분 가사를 빼고 활용했다. 이런 사연까지 오버랩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더 가슴을 뭉클케 했다.

이날 민유라-겜린 조는 기술점수(TES) 44.61점·예술점수(PCS) 41.91점을 더한 86.52점을 받았다. 19일 쇼트댄스 점수 61.22점을 더한 총점은 147.74점으로 20개팀 가운데 최종 18위였다. 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24개팀 가운데 24위를 기록했던 양태화-이천군을 넘어선 한국 아이스댄스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앞선 세 차례 올림픽(2006토리노·2010밴쿠버·2014소치) 무대에 서지 못했던 한국 아이스댄스를 세계에 알린 것 자체가 엄청난 수확이다.


민유라-겜린은 전날 쇼트댄스에서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를 펼쳤다. 어떻게든 프리댄스에 진출해 아리랑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생각으로 몸짓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프리댄스 진출을 확정한 뒤 엄청난 눈물을 쏟아낸 것도 아리랑 무대를 선보일 수 있다는 기쁨에서였다. 민유라는 “프리댄스에선 마음을 활짝 열고 그간 담아뒀던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고, 겜린도 “쇼트댄스에선 기술에 중점을 뒀다면, 프리댄스에선 느낌과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굳은 다짐 그대로였다. “후회 없이 감정에 충실한 연기를 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민유라-겜린 조는 이날의 수행과제 9개 모두 큰 무리 없이 해냈다. 첫 번째 댄스 과제인 ‘스테이셔너리 리프트’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등 겜린이 민유라를 들어올리는 4개의 리프트 과제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특히 네 번째 과제인 ‘스트레이트 라인 리프트’를 무리없이 소화하자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나란히 서서 같은 자세로 회전하는 5번째 과제 ‘싱크로나이즈 트위즐’은 관중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연기를 모두 마친 둘은 점수 발표를 기다리는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도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토록 원했던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사실 이들이 아리랑을 프리댄스 곡으로 선택했을 때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주위의 만류가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열리는 첫 올림픽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곡에 맞춰 연기하겠다는 이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고, 순수 실력으로 쇼트댄스를 통과하며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민유라는 “완벽한 연기는 아니었다”면서도 “아리랑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자체로 정말 감사하다. 올림픽에서 연기를 모두 마치니 오히려 아쉽다. 다시 들어가서 연기를 하고 싶다. 긴장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이라고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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