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국적과 장소의 제약 없이 올림피언들과 팬을 이어주는 좋은 소통의 창구다. 단 한 줄의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고, 메달 획득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SNS는 변화무쌍하다. 여론의 흐름에 따라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전쟁터로 돌변하기도 한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보름은 1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계정을 삭제했다. 이날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에서 조직력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조한 기록을 동료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 또한 문제가 됐다. 결국 김보름의 인스타그램은 악성 댓글로 도배됐고,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되었다가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번 대회에선 SNS를 통한 과도한 악플 세례로 곤욕을 치른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앞서 쇼트트랙의 서이라 역시 남자 1000m에서 대표팀 후배들의 진로를 방해하고, 홀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악플은 쇼트트랙을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나는 괜찮다”며 애써 담담한 태도로 일관했다.
한국 선수들의 메달을 가로챈 올림피언들 또한 공격의 대상이 된다. 캐나다 킴부탱은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최민정의 실격 판정에 따라 동메달을 획득해 한국 팬들로부터 살해 위협과 인신공격 등의 ‘댓글 테러’를 당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악성 댓글을 작성한 네티즌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킴부탱은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화가 난 것은 아니다”라며 말하기도 했다. 팬들의 과한 비난에 대한 올림피언들의 대응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결국 마음에 남는 상처는 모두 같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