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학생들의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학교마다 체육관이 있고 교실마다 공기정화장치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많은 학부모들의 바람일 겁니다. 이번 정부는 그 바람을 정책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실내 체육시설이 없는 전국 979개 학교에 2019년까지 체육시설을 짓고 교실마다 공기정화장치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고마운 정책입니다.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만 빼면요. 정부의 계산에 따르면 체육관 하나 설치하는데 18억~20억 원이 든다고 합니다. 979개 학교에 모두 체육관을 지으려면? 단순 계산해도 공기정화장치를 더해 수조 원 넘는 돈이 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만큼의 ’가성비(비용 대비 효용)‘가 있을까요?
사진 동아DB
일반적으로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실내라도 외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10%가량의 차단효과가 있습니다. 실내에서 ’나쁜 미세먼지‘를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공기정화장치를 돌려야 할 날은 연중 열흘 남짓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운동장의 고농도 미세먼지를 피해 체육관을 이용해야 할 날은 20일 정도가 되겠고요. 물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때마다 체육 일정이 겹치는 건 아닐 테니 실제로는 더 적을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연중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340여 일을 볼까요?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공기정화장치를 가동하는 35개 초등학교 교실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주중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을 때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최대 40%로 나타났습니다. 언뜻 커 보이지만 사실 바깥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아 체감량은 크지 않습니다. ㎥당 15~20μg가 5~10μg이 된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수조 원이 들어갈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노후경유차 폐차, 사업장 미세먼지 관리, 중국발 미세먼지 저감 등을 포함한 지난해 미세먼지 대책 전체 예산이 9000억 원 수준이었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조만간 교사 내 미세먼지 관리기준을 신설합니다. 당초 계획한 ㎥당 70μg 이하보다 더 강화한 수치를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소한 ’실외 대기환경기준(현재 ㎥당 50μg 이하, 올 상반기 중 35μg 이하로 변경 예정)에 맞추라‘는 여론의 요구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다수가 활동하는 밀폐공간에서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공기정화시설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많은 돈이 든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실내 관리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한 뒤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학교 미세먼지 대책을 보다 세밀하게 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조 교수는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다 해도 학교 내 미세먼지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공간에 맞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며 “실내외 미세먼지 구성이 지역별, 주변환경별로 다른 만큼 각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일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장은 꼭 돈이 많이 들어가는 정책이 아니더라도 교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습니다. 학교 주변에 소음벽 같은 ’종합보호벽‘을 설치해 도로 미세먼지를 차단한다든가 차량운행이나 공회전을 제한하는 ’스쿨존‘을 지정하고 학교 주변 물청소를 강화하는 방안 등입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일본 초등학교에서는 건물 입구에 전교생의 신발, 우산 보관소를 두고 교실 바깥에 외투 보관소를 두는 등의 방법으로 외부 미세먼지의 교실 유입을 차단한다고 합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