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임기영은 2017시즌 두 차례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발 4총사 중 한명으로 팀의 통합우승에 일조했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는 그는 올 시즌 목표로 개막 엔트리 포함과 풀타임 소화를 내세웠다. 스포츠동아DB
KIA는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우승을 일군 지난해 전력이 건재한 덕분이다. 투타에 걸쳐 탄탄하다. 물론 아쉬운 대목들도 더러 엿보인다. 지난해 좀처럼 적임자를 찾기 힘들었던 5선발과 구멍이 난 듯했던 뒷문이 특히 그렇다. 이 때문에 통산 12번째 KS 우승을 다짐하며 일본 오키나와에 차린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안정감 있는 5선발을 확보하고 불펜의 짜임새를 높이는 일이 마운드의 주요 과제가 됐다.
사실 대다수 KBO 구단들은 5선발은커녕 제대로 된 4선발도 갖추지 못해 장기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보면 시름에 젖곤 한다. 지난해 KS에서 맞대결한 KIA와 두산 정도만이 예외였다. 두산의 ‘판타스틱4’와 KIA의 ‘조아부러4’는 다른 모든 구단들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올해도 KIA는 강력한 선발 4총사가 V12의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20승을 거둔 원투펀치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 3선발을 맡았던 좌완 팻 딘과 혜성처럼 등장했던 잠수함 임기영이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팻 딘은 9승, 임기영은 8승으로 둘이 17승을 합작하며 KIA 선발진의 깊이를 더해줬다.
KIA 임기영. 스포츠동아DB
특히 임기영의 활약을 빼놓을 순 없다. 부상 탓에 시즌 중반 두 차례에 걸쳐 전열을 이탈한 그의 공백이 두고두고 아쉬울 정도였다. 그러나 가을과 함께 돌아와 마운드 운영에 숨통을 트여준 데 이어 KS 4차전에선 5.2이닝 6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2012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2016년까지 고작 2승(3패)을 거둔 것이 전부였던 무명의 투수가 신데렐라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렇기에 올해 25세에 프로 7년차지만, 임기영에게 2018시즌은 실질적으로는 프로 2년차나 다름없다.
이런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 임기영은 흔히 얘기하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경계하며 오키나와 캠프에서 새로운 시도보다는 초심을 살려 기량을 갈고 다듬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 부상으로 두 달간 1군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에 풀타임을 치를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기복도 컸는데, 이를 줄이는 데도 힘써야 한다”는 것이 새 시즌을 준비하는 그의 핵심적 모토다.
그 연장선에서 임기영은 “특별히 새로운 구종을 준비하거나 투구폼에 변화를 줄 계획은 없다. 그 대신 내 장점을 더 좋게 살릴 수 있도록 갖고 있는 것을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올 시즌 목표는 지난해와 똑같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다. 풀타임으로 뛴다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아서 수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