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원장, 하나-KB금융 정조준… “검사방해 행위 엄정대처할 것” 채용비리 관련 김정태 회장 겨냥… “경영진이 내부통제 책임져야”
최근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웠던 하나금융과 KB금융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흥식 원장(사진)은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사외이사와 임원을 잘 뽑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항상 봐야 한다”며 “지배구조 상시 감시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상시 감시팀은 최근 논란이 된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잘못된 관행을 집중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부터 9개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검사에 돌입해 NH농협과 JB, 메리츠금융 등 3곳에 대한 검사를 완료한 상태다. 검사 과정에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후보추천위원으로 참여하고, 이 사외이사들이 다시 CEO의 연임을 결정하는 ‘셀프 연임’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하나, KB금융 등 나머지 6곳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는 이르면 이달 말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달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채용 비리 등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청했지만 하나금융은 절차를 강행해 김정태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 관치(官治)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감원은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 결과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비리 정황이 드러나 여론의 공분을 사자 금감원이 다시 ‘강공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감원은 내부 통제 책임을 경영진에 묻겠다고 밝혀 김정태 회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이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면 김 회장이 직접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지주사 CEO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 방해 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 방침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지난달 채용 비리 검사 당시 하나은행이 관련 문서를 내놓지 않자 서버의 삭제 기록을 확보해 혐의점을 찾아냈다.
금융회사들 사이에선 “감독당국이 금융회사를 범죄 집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부당한 관치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스스로 신뢰성을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