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명委서 ‘노량대교’ 확정… 남해군 “법적 대응 불사” 강력 반발 하동군은 자축 펼침막 내걸고 환영
9월 완공 예정으로 노량해협에 건설 중인 교량. 하동군 금남면 노량마을과 남해군 설천면 덕신리 감암마을을 연결하며 길이 990m, 왕복 4차로 현수교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제공
경남도지명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해 국가지명위원회로 넘겨져 결정된 새 교량 명칭은 ‘노량대교’로 최근 확정됐다. 국토지리정보원은 9일 ‘2018년 제1차 국가지명위원회’를 열어 새 교량 명칭을 ‘노량대교’로 확정 고시했다. 남해군이 올린 ‘제2남해대교’와 하동군의 ‘노량대교’는 표결에서 6 대 12로 노량대교가 많은 표를 얻었다. 노량대교는 하동군 금남면 노량마을과 남해군 설천면 덕신리 감암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로, 1973년 개통된 남해대교가 낡아 새로 건설하고 있다. 다리 이름이 확정되자 남해군은 ‘남해’가 빠졌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하동군은 펼침막을 내걸고 반기는 분위기다.
● 남해군, 법적 대응 방침
남해 주민들도 “명칭을 뺏겼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 교량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때는 ‘제2’ 또는 ‘신(新)’을 쓰는 것이 관례라는 주장이다. 또 남해안을 대표하는 교량이어서 ‘남해’가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 자축 펼침막 내건 하동군
하동군은 지명 확정을 환영했다. 군은 “노량대첩이 교과서에 실릴 만큼 ‘노량’이라는 지명의 인지도가 높다. 하동과 남해에 공통적으로 ‘노량’이라는 지명도 있다”고 밝혔다. 두 지방자치단체가 상생할 수 있는 명칭이라는 반응이다.
하동군과 지역 사회단체 등은 곳곳에 축하 펼침막을 내걸었다. ‘화합과 상생의 길 노량대교로 명칭 선정’ ‘이번엔 제대로 된 교량명칭 노량대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두 자치단체의 갈등을 6월 지방선거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6월에 하려던 새 교량 준공식은 공기 지연으로 9월로 연기됐다. 지금 분위기라면 준공식도 축제의 장이 되기보다는 반목의 자리가 될 우려가 크다.
행정소송과 관련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우선 행정소송 대상이 되려면 행정청의 ‘처분’이어야 하고, 그 처분이 대외적이면서 권리 의무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처분으로 보지 않거나, 권리 관계에 변동이 없다는 판단이면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이 소송 대상으로 인정해 재판을 하더라도 결과 예측이 어렵다.
자치단체 간 대립이 계속되면서 노량은 ‘승리의 바다’이지 특정 지자체의 소유가 아니며, 노량대교 역시 ‘중립적인 명칭’이라는 평가가 이래저래 무색해지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