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 최대 이슈였던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스웨덴과 7·8위 결정전을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일팀이었다. 탄생 과정부터 퇴장 순간까지, 찬반 여론은 너무나도 극명하게 갈렸다. 2018년 2월의 끝자락에서 단일팀이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일팀의 결성 배경은 정치에 있었다. 냉각 관계가 지속된 한반도의 정치적 문제를 스포츠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정치가 지목한 최적의 대상은 여자아이스하키였다. 대규모 단체종목이 마땅치 않은 동계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는 북한 선수들이 한꺼번에 내려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더불어 남자대표팀과 달리 여자대표팀은 메달권에서 한 발 더 멀어져있다는 판단이 함께 작용하면서 올림픽 사상 첫 단일팀이 탄생했다.
그러나 모든 일은 정치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스포츠팬과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가 함부로 개입하는 일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북한 선수들이 합류하게 되면 우리 선수들의 경기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일팀은 적잖은 반대에 부딪히게 됐다. 여기에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감독과 선수의 입장은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은 반대 여론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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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치는 고개를 숙였다. 일방적으로 단일팀 결성을 밀어붙이며 선수들에게 가혹한 말을 내뱉던 정치인들은 하나둘 사과를 표했고, 곧 감독에게 모든 전권을 이양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포츠는 향후 정치와의 관계 정립에서 ‘을(乙)’이 되지만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 됐다. 단일팀의 크나큰 유산이다.
환한 빛도 남겼다. 그간 변방에 머물던 여자아이스하키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은 점은 사실이다. 비록 평창올림픽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일본 등을 상대로 선전한 장면은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여자아이스하키의 첫 올림픽 여정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여기가 종착역은 아니다. 뜨거웠던 관심을 성장 기폭제로 삼아 다시 국제무대에서 부딪히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과 그 이후를 바라봐야한다. 단일팀이 남긴 교훈을 한국체육이 되새겨야하는 이유다.
강릉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