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평창 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관련해 “패럴림픽이 종료되는 3월 18일부터 4월 이전에 한미 양국 장관이 정확히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어떻게 할지는 발표 전까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시인도 부인도 않음)하기로 했다”며 우리 측 제안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한미 군사당국 간에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훈련 재개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 실시 일정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내놓은 두 장관의 답변은 과연 훈련을 하기는 하겠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매년 3월 열리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에 따라 올림픽 이후로 늦춰졌다. 그래서 ‘올림픽 휴전’이 끝나는 3월 말 이후, 적어도 4월 초엔 열리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송 장관 얘기대로라면 연합훈련 실시 여부도 불분명하다. 송 장관은 “북한 눈치 봐서 못 밝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실시 여부조차 왜 안 밝히는지 의문만 키운다.
평창 올림픽이 한창인 와중에 한미 연합훈련 일정을 밝히는 것은 ‘평화 올림픽’ 기류를 해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남북 해빙 기류를 북-미 대화로 이어가기 위해 일단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시기는 그렇다고 해도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연례적 방어훈련의 실시 여부조차 밝히지 않는 것은 북한에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이 마련되는가, 못 되는가는 미국이 전쟁연습을 중지하는가, 마는가에 달려 있다”고 협박한다. 이미 북한은 연합훈련 중단은 양보 받을 협상카드로 여기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