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상담 전문가 다수의 이력을 조금이라도 살펴보면 대부분 심리학과 관련된 어떤 전문적인 학위과정도 밟지 않았다. 몇 시간짜리 강의를 이수한 뒤 객관식 출제 문항에서 60점 이상만 취득하면 보기에 그럴듯한 ‘심리 자격증’을 받는다. 고도의 의학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환자를 적시에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도 과학적이지 않게 엉뚱한 상담에 의존하다 상태가 더 악화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와 비교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수련 기간과 교육 내용은 매우 어렵다. 필자가 20년 전 수련을 받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전공의는 환자들과 함께 산다. 병동에서 24시간을 환자들과 함께 보낸다. 말 그대로 전일제의 체계적 훈련 시스템에서 환자가 어떻게 밥을 먹고 잠이 들며 주위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세세한 것까지 경험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의사는 환자와의 ‘관계’를 쌓고 이 과정을 통해 윤리적이고 전문적이며 밀도 있는 상담을 한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큰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싶다. 그동안 낮은 가격으로 비전문가 집단을 정신건강 사업에 배치했으나 국민 눈높이는 이보다 더 높아졌다. 자살, 트라우마 등 산재한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노력해야 정신이 건강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