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원 샷 투 킬’… 女컬링 4강 이끈 ‘매직샷’

입력 | 2018-02-21 03:00:00

주장 김은정 활약에 美에 역전승… 6승1패 단독 1위




4엔드까지 ‘팀킴(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의 표정은 어두웠다. 경기 초반 투구 실수 등이 나오면서 미국에 2-3으로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 하지만 가족보다 더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대표팀은 서로를 믿었다. 그들은 “긴장도 되고 위험한 상황이지만 평소처럼 침착해지자”며 서로 다독였다.

5엔드. 선공을 잡은 대표팀은 스킵(주장) 김은정(28)의 ‘한방’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하우스에 양 팀 스톤이 몰려 있는 상황. 김은정의 손을 떠난 마지막 8번째 스톤은 먼저 10시 방향의 미국 스톤을 쳐냈다. 이후 이 스톤은 하우스 중앙으로 이동해 미국 스톤과 붙어 있던 한국 스톤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또 하나의 미국 스톤이 하우스 밖으로 밀려났다. 미국의 스톤 2개만 쏙 빼내는 ‘매직샷’이 터지자 관중석에서는 “대박!”이라는 환호가 나왔다.

후공인 미국은 마지막 스톤을 하우스 중심부에 넣으려 했지만 하우스 앞쪽에 위치한 한국의 스톤에 걸리면서 중심부 진입에 실패했다. 한국은 하우스 중심에서 가까운 1∼4번 스톤을 차지하면서 짜릿한 4점 스틸(선공 팀이 득점)에 성공했다. 6-3으로 역전에 성공한 뒤에야 대표팀은 미소를 보였다. 여유를 되찾은 대표팀은 미국에 더는 리드를 내주지 않으면서 승리를 낚았다.

여자 컬링 대표팀(세계 8위)은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미국(세계 7위)과의 평창 겨울올림픽 예선 7차전에서 9-6으로 이겼다. 6승 1패로 단독 1위를 유지한 한국은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 컬링 사상 최초의 올림픽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성공했다. 예선에 참가한 10개 팀 중 PO 진출을 확정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1위로 예선을 마치면 4위와 준결승을 치르기 때문에 메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극적인 승리를 이뤄낸 대표팀을 향해 관중들은 “잘했어요” “최고였어요” 등을 외치면서 환호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여 관중들의 환호에 답했다. 똑 부러지는 말투 때문에 ‘김 비서’라는 별명을 가진 김선영은 “4강에 올라가서도 강팀들과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37)은 “우리 팀을 두고 ‘어떻게 한국에서 갑자기 이런 팀이 나왔나’라고 묻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10년간 만들어진 팀이다”라고 말했다. 경북체육회 소속인 대표팀은 4년 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는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경기도청에 패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들은 경북 의성에 위치한 경북컬링훈련원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평창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김선영은 “한국 컬링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부터 시작됐다. 그 도움으로 새 역사를 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을 건립하는 데 힘쓰고 그곳에서 대표팀 선수들을 키워낸 인물이다. 또한 그는 김민정 감독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아버지께서 ‘너희가 올림픽에서 꼭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살아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1일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덴마크와 예선 8, 9차전을 치른다.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