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골든 슬럼버’ 주연 강동원
강동원은 “데뷔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친구들은 나더러 옛날 그대로라고 한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강동원(37)만큼 데뷔 때부터 지겹게 따라다닌 ‘꽃미남’ 수식어를 떼려 부단히 애써 온 배우가 또 있을까. 잘생긴 외모 ‘탓’에 초기엔 멜로영화를 소화했던 그는 ‘그놈 목소리’(2007년)에서 목소리로나마 유괴범을 연기하며 변신을 꾀했다. 이후 남파공작원(‘의형제’·2010년)과 악령을 쫓는 사제(‘검은사제들’·2015) 역할도 소화하며 연기 폭을 넓혀왔다.
또 다른 도전이 담긴 범죄·액션 영화 ‘골든 슬럼버’ 개봉을 맞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굵직한 동료 남성 배우들과 함께 출연했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거의 혼자서 이끈다. 그는 “다들 그런 걱정을 하던데 부담감은 별로 없었다”며 “내 캐릭터만 열심히 묵묵히 해내면 될 일”이라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이번 영화는 그가 먼저 동명 소설을 읽고 영화화를 제안했다. 하고 싶은 역할이 있으면 기다리기보다 직접 아이디어를 낸다. 틈나는 대로 시나리오를 쓰며 기회를 만든다.
“70페이지 정도 써놓은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휴머니즘을 다뤘어요. 영화 쪽으로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 연기뿐 아니라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아이디어도 계속 떠올라요.”
강동원은 지난해 영화 ‘1987’에서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아 관객들의 기억에 깊게 남을 연기를 펼쳤다. 뭣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으로 흉흉했던 시절인데도 흔쾌히 출연을 승낙했다. 이 열사의 어머니를 따로 찾아가 만난 사실도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평범한 시민이 큰 힘에 휩쓸려 테러를 당했을 때 금세 잊혀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참고 삼아 찾아봤던 사회적 사건의 당사자들을 시사회에 모시고 싶었는데, 정치적이란 소리 들을까 싶어 그만뒀어요. ‘1987’ 출연도 정치적이란 소리를 하는 분들이 있던데, 실제로 있었던 역사를 영화화하는 게 왜 정치적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