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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카페]호주서도 한국서도 ‘stay’라고 말한 GM

입력 | 2018-02-22 03:00:00


변종국·산업1부

“It is our preference to stay here in Korea(우리는 한국에 남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

20일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 부문 사장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한 자구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기자의 머릿속엔 ‘머물다’는 뜻의 ‘stay(스테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5년 전 GM의 호주 자회사였던 GM홀덴이 만든 광고 영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3년 GM이 60여 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호주에서 철수를 선언하자 GM홀덴은 뒤숭숭한 여론을 달래려 광고 영상 하나를 만들었다. 제목은 ‘WE ARE HERE TO STAY(우리는 여기에 남을 것이다)’. 자동차 정비사, 딜러, 카레이서, 주부 등이 등장하면서 “we here(우리는 여기에 있다)”를 총 15번이나 외친다.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영상이었다. 하지만 2조 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다가 등을 돌린 GM을 곱게 볼 리 없었다. 철수는 하되 남아서(stay)서 물건을 판다는 뜻이냐며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GM 내부에선 ‘here to stay’가 금기어가 됐다는 후문도 있다.

한국에서도 GM은 ‘here to stay’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2014년 1월 세르지오 호샤 당시 한국GM 사장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GM이 생산을 줄이고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루머다. 우리는 여기에 남을 것이다(We are here to stay)”라고 말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여기서 GM을 지원하겠다(Government is here to support you)”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4년 뒤 GM은 군산공장 철수를 선언했다. 현재 유튜브에는 GM홀덴이 만든 영상에 태극기를 넣은 패러디 영상이 나돌고 있다. 엥글 사장의 ‘stay’ 발언의 진정성은 앞으로의 일주일에 달렸다. GM은 3월 한국에 신차를 배정할지 결정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