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국·산업1부
20일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 부문 사장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한 자구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기자의 머릿속엔 ‘머물다’는 뜻의 ‘stay(스테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5년 전 GM의 호주 자회사였던 GM홀덴이 만든 광고 영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3년 GM이 60여 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호주에서 철수를 선언하자 GM홀덴은 뒤숭숭한 여론을 달래려 광고 영상 하나를 만들었다. 제목은 ‘WE ARE HERE TO STAY(우리는 여기에 남을 것이다)’. 자동차 정비사, 딜러, 카레이서, 주부 등이 등장하면서 “we here(우리는 여기에 있다)”를 총 15번이나 외친다.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영상이었다. 하지만 2조 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다가 등을 돌린 GM을 곱게 볼 리 없었다. 철수는 하되 남아서(stay)서 물건을 판다는 뜻이냐며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GM 내부에선 ‘here to stay’가 금기어가 됐다는 후문도 있다.
그로부터 4년 뒤 GM은 군산공장 철수를 선언했다. 현재 유튜브에는 GM홀덴이 만든 영상에 태극기를 넣은 패러디 영상이 나돌고 있다. 엥글 사장의 ‘stay’ 발언의 진정성은 앞으로의 일주일에 달렸다. GM은 3월 한국에 신차를 배정할지 결정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