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이 신약 개발과 질환 연구 등에 쓰이는 국제유전자표준(IGS) 마우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57)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동물실험을 대행해주는 미국 비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인수해 글로벌 CRO 네트워크를 구축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실험동물 생산 및 수출입, 생명과학 관련 연구개발을 주로 하는 코스피 상장 기업이다. 모태는 1959년 설립된 시계 제조업체 ㈜오리엔트로, 2003년 바이오제노믹스와 합병한 뒤 2005년 시계 사업 부문을 떼어내고 회사 이름을 오리엔트바이오로 바꿨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경기 가평군, 전북 정읍시, 충북 음성군 등 국내 3곳과 캄보디아에 사육센터를 두고 있다. 한 해 생산하는 실험동물은 마우스 500만 마리, 랫(rat) 150만 마리, 누드마우스 25만 마리, 비글 4000마리, 원숭이 5000마리 등이다. 자체 생산하지 않는 기니피그, 토끼 등은 찰스리버, 코반스, 기타야마 같은 해외 협력업체에서 들여와 공급한다. 거래처는 신약 개발이나 각종 질환을 연구하는 한미약품 녹십자 등 제약회사, 안전성평가연구소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등 연구기관, 주요 대학과 병원 등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이른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고 지난해 인도에서 찰스리버 실험동물을 생산·판매하는 하이라스코를, 미국에서 3대 중대형 실험동물업체인 SRC를 인수해 인도와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까다로운 일본의 검역 심사를 거쳐 영장류를 수출한 것을 계기로 비글 수출도 추진 중이다. 또 자회사 오리엔트를 통해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 합성어) 멀티숍 ‘더 샤갈’ 1호점을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에 내고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독일 중국 등 21개국에서 특허를 받은 발모제 신약(OND-1)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1차 임상시험을 지난해 마쳤다. 올 하반기 2차 임상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질환모델 동물을 이용한 비임상시험 대행, 민간 기업 최초 장기이식 연구, 동물실험 기자재 개발도 하고 있다. 실험동물을 오염원으로부터 보호하는 개별 공조 케이지 시스템은 정부 선정 세계일류상품으로 해외로 수출된다.
장 회장은 리비아 건설근로자를 거쳐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며 방송통신대 경제학과에 다녔다. 결혼 후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서점에서 ‘실험동물의학’ 책을 보고 저자인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를 찾아갔다. 바이오산업 초기라 실험동물 수요가 적어 사업이 힘들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먼저 경험을 쌓기로 하고 1989년 해은기기교역상사를 창업했다. 국산 마우스와 실험 기자재를 유통하다가 외국산 실험동물과 기자재를 수입해 팔았다. 1991년 바이오제노믹스를 세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마우스를 모체로 실험동물 생산에 나섰다. 마우스를 공급받은 동아제약이 유전적으로 오염됐다고 해 큰 손해를 보고 전량 폐기했다. 해외 실험동물 시설을 둘러본 뒤 신약 개발 자금을 받아 가평에 사육센터를 지었다. 찰스리버가 사육센터를 팔라고 했으나 거절했다. 다시 기술제휴를 제의해 수용했다. 전문지식이 필요해 건국대에서 수의학 석사, 강원대에서 수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