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본사, 한국GM 차입금 7220억원 공장담보 요구 논란 담보 설정땐 美GM에 우선변제권… 납품대금 줄 돈도 본사로 가게 돼 정부 “회생의지 없으면 동의 못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KDB산업은행에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5억8000만 달러(당시 계약 환율로 약 7220억 원)에 대해 한국GM 공장을 담보로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은은 “담보 제공에 동의하는 경우 GM이 ‘먹튀’ 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GM 지원안을 둘러싸고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 하는 한국과 미국 GM에는 이번 사안이 1차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GM은 23일 이사회를 열어 이달 말 돌아오는 본사 차입금 5억8000만 달러에 대해 한국GM 부평공장을 미국 본사에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을 임시주주총회 안건에 올리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는 5억8000만 달러의 신용대출을 담보대출로 바꾸겠다는 의미로, 한국GM이 파산하거나 빚 갚을 능력이 없어지게 되면 담보로 잡은 공장 또는 설비를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뜻이다. 담보권 설정은 GM과 산은의 주주계약서상 산은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GM은 또 한국GM이 미국 본사에서 빌린 차입금에 대해 지분만큼 지급보증을 서달라고 산은에 요구할 방침이다. 한국GM이 빚을 갚지 못하면 산은에 17%를 대신 갚으라는 무리한 요구다.
정부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GM 본사가 한국GM을 제대로 살릴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담보권 제공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GM이 공개적으로는 “한국GM에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해놓고선 뒤에서 담보를 요구하는 속내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M은 지난달 말에도 한국GM의 차입금 1조1317억 원의 만기가 돌아오자 산은에 공장 담보를 요구했다. 산은이 이를 거절하자 대출액의 절반가량을 회수해버렸고, 나머지 5억8000만 달러는 만기를 이달 말로 1개월 연장했다.
GM은 2015년부터 산은에 공장 담보 제공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산은이 거부하자 GM은 원자재와 매출채권 등 동산(動産) 담보라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산은은 한국GM 차입금에 대한 금리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동의했고 GM은 한국GM이 GM의 계열사들로부터 받을 매출채권 약 1조5000억 원(2016년 말 현재)에 대해 동산 담보를 설정했다. GM이 한국GM에 빌려준 총 차입금 27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만약 한국GM이 미국 본사에 빚을 갚지 못하면 한국GM이 GM 계열사들로부터 받을 외상대금 1조5000억 원을 본사가 가져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