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의 새알팥죽.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조상들은 액운을 몰아내기 위해 철학적이지만 꽤 합리적이기도 한 방편을 써 왔는데 그게 바로 팥이다. 팥죽은 우리 역사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음식으로 기록됐다. 붉은색은 잡귀를 몰아내는 주술적 역할을 했고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으며 긴 겨울의 밤을 맞이했다. 그 이유는 중국 고사에서부터 유래한다. 공공(共工)이라는 남자가 자신의 아들이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동짓날에 죽었다. 죽은 아들이 역질 원귀가 돼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자 그는 아들이 생전에 싫어했던 음식이 팥죽임을 기억하고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어 원귀를 쫓았다. 그 이후로 팥죽은 가신(家神)에 올리고 가족과 함께 먹는 음식으로 전해졌다.
오늘날 집들이나 개업 날 팥 시루떡을 돌리거나 아이의 백일에 팥 수수떡을 올리는 의미도 마찬가지다. 액운을 쫓아내기 위한 주문이다. 특히 팥죽이나 팥떡은 혼자 먹는 법이 없다. 가족 혹은 이웃에게 돌리고 나눠 먹는다. 이 행위의 바탕에는 너의 불행은 나의 쾌락이 아니라, 당신이 무탈해야 내가 행복하다는 착한 인류애가 깔려 있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qea@gmail.com
○ 동지팥죽: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22길 27, 02-596-6272. 새알팥죽 8000원, 팥칼국수 7000원
○ 신박사팥죽: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7길 43, 02-587-1487. 옹심팥죽 8000원, 팥칼국수 7000원
○ 옥합콩국수: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204 제1층 제103호, 02-355-0559. 새알옹심이팥죽 8000원, 팥칼국수 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