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프라 긴급점검]<중> 지반침하-공동구 조사
8일 서울 마포구 지하공동구의 난방관과 전선을 동아일보 김예윤 기자(오른쪽)가 열화상카메라로 점검하고 있다. 특정 부분의 온도가 높게 나타나면 화재 우려가 있다는 신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지하 1.5m 상하수도관…동공?
“어, 잠깐만 멈춰 봐.”
땅속의 빈 공간인 동공은 평균 지름이 1m가량이다. 상하수도관이 묻혀 있는 지하 1∼1.5m에 주로 생긴다. 이 구멍이 커지면서 지반이 침하돼 땅이 꺼지면 흔히 싱크홀이라고 불린다. 이 직원은 “동공은 서울이 늙어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도로 함몰 169건의 62%는 상하수도관이 낡아서 발생했다. 1960년대 말∼1970년대에 묻은 상하수도관이 노후화해 파손되면 그 틈으로 새나온 물에 흙과 모래가 쓸려가거나, 그 틈으로 빠지면서 동공이 생기기 쉽다.
탐사차량 안에는 의자 대신 모니터가 있다. 차량 외부에 달린 동공탐사레이더(GPR)가 도로 밑을 위, 아래, 옆에서 분석한 신호를 보여준다. 첫 번째 나타나는 화면은 도로 종단면이다. 직선이 이어지다 아치형 곡선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무조건 동공은 아니다. 동공은 아치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두 개가 겹치는 등 불규칙하다. 둥근 배관도 아치형으로 나온다. 아치형 곡선이 보이면 여러 단면과 주파수를 종합해 동공 여부를 판별한다.
차량 탐사로 동공이 확인되면 카트형 GPR로 사람이 직접 해당 지표를 정밀하게 탐사한다. 동공이 맞으면 크기와 모양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긴급을 요하면 땅을 파 원인을 파악해 조치한다. 이날 동공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2015년 동공탐사를 시작한 후 도로 함몰 건수가 2016년 85건에서 지난해 28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계단을 걸어 내려가자 시멘트벽에서 느껴지는 냉기가 서늘하다. 한손으로 잡을 수 없는 두께의 철제 배관과 용도를 알 수 없는 검은색 선, 관 서너 개가 벽에 걸려 보이지 않는 곳 너머로 뻗어 있다. 첩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끝’은 없었다.
지하 10m 아래에는 공동구(共同溝)가 있다. 공동구는 전기 가스 수도 통신시설 등을 한데 모아둔 대형 지하구조물이다. 과거 전선이나 상하수도관은 필요할 때마다 공중이나 지하에 설치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계획적’ 도시 개발이 본격화됐다. 200만 m² 이상의 택지를 개발할 때 도시 미관과 관리 편의를 위해 이들 시설을 한데 모은 것이 공동구다. 이날은 서울시내 7곳 가운데 마포구의 공동구를 점검했다.
“기사에 위치가 드러나게 쓰면 안 됩니다.”
국가보안시설물인 공동구는 전쟁이나 테러 목표물이 될 수 있어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듣고 신분증을 제출한 뒤, 사진 등을 함부로 찍거나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들어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