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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북한의 ‘매달리기’ 외교 전략

입력 | 2018-02-23 03:00:00

군사보복 막고 북-미협상 노린 북한의 선남후미(先南後美) 정책
김여정이 특사로 동행한 이유는 한국에 확실히 ‘매달리기’ 위한 것
북한이 남북관계 우선하는 사이… 주의 깊게 北美대화 중개해야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최근의 한반도 정세는 복잡한 동시에 유동적이지만, 단순하다고도 할 수 있다. 작년 말까지 약 2년 동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실험을 지속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말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했고, 올해 신년사 이후 ‘동결 상태에 있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평창 올림픽 참가를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대한의 압박’ 정책에 ‘선남후미(先南後美)’ 정책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올림픽 폐막 후 예년과는 다른 전개가 이뤄질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선남후미 정책은 단순한 ‘미소 외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보복을 방지하고,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 협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전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 전환은 2년 전 ‘벼랑 끝 정책’을 시작했을 당시부터 주도면밀하게 준비돼 있었던 것이다. 북한 같은 작은 나라가 ‘출구’를 준비하지 않은 채 미국 같은 강대국에 대해 벼랑 끝 정책으로 맞선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사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가장 먼저 착수한 사업이 마식령스키장 건설이었다.

하지만 그것뿐이 아니다. 필자가 놀란 것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김영남+김여정’ 조합이었다. 무엇을 위해 형식적으로는 국가원수라고 할 수 있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김여정 ‘특사’를 동행시킨 걸까. 또는 왜 김영남 혼자서는 안 되었던 것일까.

그것은 김정은이 스스로 대화 의사의 ‘진실성’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며, 한국에 확실히 ‘매달리기’ 위해서였다. 김정은이 자신의 여동생을 ‘대리인’으로 파견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 조기 방문을 요청했는데도 한국 측이 그에 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숨겨진 ‘협박’이기도 하다. 핵미사일을 완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강함’의 배후에는 확실히 ‘취약함’이 존재한다.

거창하게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한국 방문에서 1972년 남북공동성명을 떠올렸다. 그때 비밀리에 서울을 방문한 것은 박성철 부수상(이후 부주석)이었지만, 7·4공동성명에 서명한 것은 김일성 주석의 동생 김영주 노동당 조직부장이었다.

2월 13일 노동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귀국한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과의 접촉 상황, 활동 기간 중 파악한 ‘남측의 진의’ 등을 상세히 보고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남측이 북측 대표단의 방문을 각별히 중시하고 ‘성의를 다한 것’에 대해 사의(謝意)를 표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향후 남북 관계 개선의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서가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강구하도록 ‘강령적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당분간은 다른 무엇보다 남북 관계 개선이 우선될 것 같다. 북-미 대화는 그에 부수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올림픽·패럴림픽 종료 후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다소 규모와 기간을 축소하고, 공격성을 억제해 실시하면 좋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한미 훈련 실시를 전제로 다음 정책 전개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북측에 김정은의 ‘강령적 지시’가 내려져 있기 때문에 남쪽은 주의 깊게 북-미 대화를 중개하면 좋을 것이다.

북한의 ‘강함’ 배후에 있는 ‘취약함’에 대해 부연하자면 이렇다. 예를 들어 북한이 미 본토에 도달 가능한 핵미사일을 완성해도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어느 정도의 북-미 합의가 없는 한 군사적 압박과 경제 봉쇄는 계속되고 머지않아 북한의 체제 유지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북한의 ‘불편한 진실’이다.

한편 미일 양국에는 강대국의 권력 정치가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다.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일본 총리가 그런 미국의 정책을 100% 지지한다면 전쟁을 두려워하는 남북은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치 역학인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