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나온 #미투 번지는 분노]‘오태석 교수 성추행’ 논란이어 서울예대서 ‘미투’ 폭로 잇달아
21일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 ‘서울예술대학교 대나무숲’에 졸업생이 올린 재학 시절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 고발 글 일부. 페이스북 글 캡처
22일 오전 2시 반경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서울예술대학교 대나무숲’에 “연기과 14학번 ○○○입니다”라는 머리말의 졸업생 A 씨 글이 올라왔다. 학교를 다니며 겪은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을 때 선배들이 일부 여학생에게 타이즈를 입게 했다. 윗부분을 자른 500mL 페트병을 옷 안에 넣게 해 마치 남성 성기가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단지 재미있으려고 시킨 일이라는 것이다.
또 여학생들이 일본 여성을 표현하는 장기자랑을 할 때 한 선배가 모두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 ‘일본 야동(야한 동영상)’에 나오는 외설적인 표현과 신음 소리를 내라고 시켰다. 일본 야동은 포르노 영상물이다. A 씨는 “잘 모르는 남자 앞에서 선배들이 만족할 때까지 흉내를 반복해야 했다”고 폭로했다.
A 씨는 “한 명의 피해자로서 이제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약자가 아니며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해 졸업했지만 후배들은 (같은 피해를) 겪지 않았으면 한다”며 자신의 이름까지 밝혔다.
다른 서울예술대 학생의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 B 씨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술을 마시고 여학생 방에서 잠들었는데 남자 선배가 자는 척하며 내 엉덩이와 허리를 쓰다듬었다. 피했지만 손이 허벅지 안쪽까지 들어왔다”고 밝혔다. 학생 C 씨는 “원래 다른 학교에 다니다 남학생의 성희롱을 견디지 못해 이곳으로 옮겼지만 마찬가지였다”고 글을 남겼다. 한 재학생은 “지하철에서 ‘서울예술대는 교수부터 저 모양이니 아래에서 배우는 학생들도 말을 다했다. 이러니 예술 하는 사람들이 지저분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