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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네덜란드

입력 | 2018-02-23 03:00:00

팀추월 시상식서 ‘개고기 식용’ 비난, “한국문화 모욕 의도 아니었다” 해명
메달 축하파티 한국인 부상도 사과




네덜란드의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르가 22일 강원 강릉시 휠라글로벌라운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팬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크라머르는 네덜란드 대표팀 동료가 한국 문화 비하 발언을 한 것과 전날 ‘홀란트 하이네켄 하우스’에서 열린 메달 세리머니 도중 한국 관중이 다친 것에 대해 네덜란드를 대신해 사과했다. 휠라 제공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비꼬는 발언을 한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잇따라 사과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얀 블록하위선(29)은 22일 강원 평창 올림픽파크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공식 시상식에 참석해 동메달을 받은 뒤 “한국이나 한국문화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동물과 동물 복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려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블록하위선은 2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경기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나라에서 개들을 더 잘 대해 달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고 이날 직접 사과에도 나선 것이다.

블록하위선과 팀추월에 나섰던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르(32)도 먼저 대신 고개를 숙였다. 크라머르는 이날 강릉 휠라글로벌라운지에서 한국 취재진에 “우리나라와 우리 팀을 대표해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휠라의 후원을 받고 있는 크라머르는 당초 라운지에서 가벼운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졸지에 사과 기자회견이 되고 말았다. 크라머르는 “그의 발언은 이전에도 얘기해보지 않았던 것”이라며 “나는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선수단 차원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휠라 후원 기자회견장을 찾은 예룬 베일 네덜란드 선수단장은 “오늘 아침 블록하위선과 대화한 결과 고의적으로 말한 게 아니었으며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측은 ‘홀란트 하이네켄 하우스’에 있었던 한국인의 부상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21일 밤 네덜란드 남자 팀추월 선수 4명은 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의미로 주최 측이 준비한 대형 상패를 받았다. 선수들은 감사의 의미로 메달 모양의 이 상패를 관객석 쪽으로 전달했는데 워낙 크고 무거워 한국인 여성 2명이 맞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크라머르는 “일상적인 메달 세리머니였으며 다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피해 여성 두 분을 찾아가 사과를 하고 괜찮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크라머르는 기자회견에 앞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어로 “부상당한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강릉=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