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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도전 조폭, 이 정도 뜰 줄 몰랐죠”

입력 | 2018-02-23 03:00:00

웹툰 ‘롱리브더킹’ 류경선 작가
“트럭 몰며 팟캐스트 듣고 정치 관심, 영화용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




‘롱리브더킹’은 ‘임금님 만세’라는 뜻으로, 류경선 작가의 작품 속에선 지도자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대사로 쓰인다. 지난달 26일 류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핵심은 ‘측은지심’이죠. 정치인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고 안쓰러워 할 줄 알아야죠. 똑똑하고 말고를 떠나서요.”

학력도 인맥도 없는 시골 조직폭력배가 진정성 있는 마음 하나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발칙한 상상을 담은 웹툰 ‘롱리브더킹’의 저자 류경선 작가(48)를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수더분한 사투리로 “이만큼 뜰 줄 몰랐다”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스토리나 연출에 대한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은 있었어요. ‘지금은 안 알아주지만 언젠가 나를 알아줄 거야’라면서 기다렸죠.”

‘롱리브더킹’은 전남 목포의 조직폭력배 보스 ‘장세출’이 선거에 출마하고, 정치인이 되는 통쾌한 이야기로, 현재 시즌3가 카카오페이지에서 단독 연재 중이다. 지난해 흥행작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차기작으로 선택돼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롱리브더킹’은 독자들 사이에서 ‘사이다 같은 만화’로 통한다. 실제로 굵직한 에피소드는 현실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류 작가는 “비슷하다곤 하지만 전부 그럴듯해 보이게 만든 사기 아니겠느냐”며 크게 웃었다.

“제 만화처럼 조직폭력배가 대통령이 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죠. 탄핵 정국, 세월호 등 최근 나라의 큰 사건들을 겪으며 독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가 된 것 같아요.”

28세에 등단해 20년 동안 무명 만화가로 살아온 류 작가는 7년 전 아내의 만류로 만화 그리기를 잠시 중단하고 독서실 총무와 물류센터 트럭 운전사, 세차장 직원으로 일했다. 다행히 이 시기에 후배인 임규빈 작가와 틈틈이 만든 작품이 이듬해 한 공모전에 당선돼 만화가 생활을 재개할 수 있었다. 류 작가는 “처음 받은 상금으로 아내에게 경차를 사줬다”고 쑥스러워 했다.

“트럭 운전을 하던 시절 배달을 하며 정치, 사회, 인문 분야의 팟캐스트를 하루 5∼6시간씩 들었어요. 팟캐스트가 제 유일한 소스였죠. 덕분에 정치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요.”


강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의 원작자인 류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도 함께했다. 류 작가는 “궁극적인 꿈은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같은 진정한 예술가”라면서도 “앞으론 대중에게 잘 팔리는 스릴러 장르를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