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롱리브더킹’ 류경선 작가 “트럭 몰며 팟캐스트 듣고 정치 관심, 영화용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
‘롱리브더킹’은 ‘임금님 만세’라는 뜻으로, 류경선 작가의 작품 속에선 지도자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대사로 쓰인다. 지난달 26일 류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학력도 인맥도 없는 시골 조직폭력배가 진정성 있는 마음 하나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발칙한 상상을 담은 웹툰 ‘롱리브더킹’의 저자 류경선 작가(48)를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수더분한 사투리로 “이만큼 뜰 줄 몰랐다”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스토리나 연출에 대한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은 있었어요. ‘지금은 안 알아주지만 언젠가 나를 알아줄 거야’라면서 기다렸죠.”
‘롱리브더킹’은 독자들 사이에서 ‘사이다 같은 만화’로 통한다. 실제로 굵직한 에피소드는 현실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류 작가는 “비슷하다곤 하지만 전부 그럴듯해 보이게 만든 사기 아니겠느냐”며 크게 웃었다.
“제 만화처럼 조직폭력배가 대통령이 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죠. 탄핵 정국, 세월호 등 최근 나라의 큰 사건들을 겪으며 독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가 된 것 같아요.”
28세에 등단해 20년 동안 무명 만화가로 살아온 류 작가는 7년 전 아내의 만류로 만화 그리기를 잠시 중단하고 독서실 총무와 물류센터 트럭 운전사, 세차장 직원으로 일했다. 다행히 이 시기에 후배인 임규빈 작가와 틈틈이 만든 작품이 이듬해 한 공모전에 당선돼 만화가 생활을 재개할 수 있었다. 류 작가는 “처음 받은 상금으로 아내에게 경차를 사줬다”고 쑥스러워 했다.
“트럭 운전을 하던 시절 배달을 하며 정치, 사회, 인문 분야의 팟캐스트를 하루 5∼6시간씩 들었어요. 팟캐스트가 제 유일한 소스였죠. 덕분에 정치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요.”
강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의 원작자인 류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도 함께했다. 류 작가는 “궁극적인 꿈은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같은 진정한 예술가”라면서도 “앞으론 대중에게 잘 팔리는 스릴러 장르를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