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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이방카와 40분간 따로 만나… 트럼프 메시지 주목

입력 | 2018-02-24 03:00:00

이방카 방한, 청와대 만찬




트럼프 접대한 상춘재서 만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함께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상춘재는 정상급 외빈 접견 장소로 지난해 11월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 내외도 이곳에서 문 대통령 내외와 마주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당초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오후 7시 55분 상춘재에서 만찬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은 이보다 이른 오후 7시 30분, 본관에서 마주 앉았다.

청와대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된 자리”라고 설명한 예정에 없던 40분간의 대화에서 이방카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부를 포함해 여러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이 있는 상춘재에 도착한 이방카 보좌관은 모두 발언에서 “최대한의 압박을 위한 (한미) 공동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백악관 ‘최고 실세’의 이 발언은 최근 남북 해빙 국면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대화’ 꺼낸 文 vs ‘압박’ 언급한 이방카

대북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의 발언은 온도 차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에 활발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우리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성사 직전 불발됐음에도 김정은의 친서 등으로 촉발된 대화 국면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가장 강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에 이방카 보좌관은 “북핵,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양국 정부의 최대한의 압박을 위한 공동 노력이 효과를 거뒀다”며 “한국의 대북제재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방카 보좌관은 북-미 대화에 대한 언급 없이 주로 평창 올림픽에 대한 찬사와 청와대의 초청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 국빈급으로 이방카 대우한 文대통령

다만 문 대통령은 만찬 모두발언에서 “조금 전 우리 이방카 보좌관과 아주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사전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접촉의 필요성을 이방카 보좌관에게 충분히 설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국빈급 환대로 이방카 보좌관을 예우했다. 만찬이 열린 상춘재는 청와대를 찾는 외빈 중 최고의 귀빈들을 접대하는 공간으로, 지난해 11월 국빈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손님이었다. 당초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이방카 보좌관을 영접하는 것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몫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 녹지원에서 이방카 보좌관을 맞이했다.

만찬에서는 할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여한 미국 스키 대표선수 린지 본과 아이스하키 등 평창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청와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조치 등) 통상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 끊이지 않는 북-미 접촉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안전’ 시한으로 보장한 평창 패럴림픽 종료까지 3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 한반도 문제의 향배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의 메시지에 달려 있다. 26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이방카 보좌관은 25일 방한하는 김영철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일정이 하루 반 정도 겹친다. 이 때문에 이방카 보좌관의 방한 기간 동안 북-미 접촉 가능성이 백악관의 부인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 시간) “이방카 보좌관으로서는 올림픽 폐회식이 북측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북-미 양측의 계획되거나, 계획되지 않은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방카 보좌관을 수행 중인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도 2014년 김영철과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북한 측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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