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1000m 깜짝 동메달 체력훈련 강도 높기로 유명하지만, 작년 삿포로 亞경기는 출전도 못해 체중 5kg 이상 줄이며 기량 급상승… 차민규 500m 은메달 획득도 자극
김태윤이 2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결선에서 ‘깜짝 동메달’을 딴 뒤 오른손에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감격의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김태윤은 자기 최고기록인 1분8초8에 가까운 1분8초22를 기록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17 삿포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도중 미끄러지면서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대표팀 동료이자 단거리 라이벌 차민규(25·동두천시청)는 그 대회 남자 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런 차민규를 바라보며 묵묵히 힘을 키워 온 결실의 무대는 평창 겨울올림픽이었다.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낸 김태윤(24·서울시청)이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태윤은 2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8초22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자기 최고기록 1분8초8에 육박하는 호성적이었다.
차민규의 존재는 이번 대회에서도 그에게 큰 자극이 됐다. 19일 남자 500m에 출전했던 차민규는 0.01초 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민규는 이날도 부상을 당한 모태범을 대신해 갑작스럽게 경기에 나섰다. 이번 시즌 들어 처음 1000m에 출전했지만 1분9초27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12위에 올랐다. 팀추월 은메달리스트 정재원(17)의 형인 정재웅(19·이상 동북고)은 1분9초43으로 13위에 자리했다. 13일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민석(19·성남시청)까지 한국 남자 선수들은 이번 대회 단거리 종목에서 한국 선수단에 연일 깜짝 메달을 선물했다.
김태윤은 “아직 꿈만 같다. 관중 응원 덕분에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 아시아경기에 못 나간 게 한이 돼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 거 같다. 어떻게 탔는지 잘 모르겠지만 앞만 보고 달렸다”고 말했다.
스케이팅 선수인 사촌 형을 따라 스케이트와 인연을 맺은 김태윤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스케이트 선수가 됐다. 쇼트트랙은 타지 않고 스피드스케이팅 외길을 걸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정도는 아니었다. 몸무게가 81kg이었던 때 둥글둥글한 얼굴로 ‘호빵맨’으로 불렸던 그는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몸무게를 76kg까지 줄였다. 그는 “강릉 오벌의 얼음이 무른 편이다. 몸무게가 무거우면 얼음이 잘 깨진다. 힘을 더 쓸 수 있게 강도가 높은 스케이트 날로 바꾼 것도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강릉=이헌재 uni@donga.com·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