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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의료 민영화가 국민 건강을 책임질까?

입력 | 2018-02-24 03:00:00

◇자본주의의 병적 징후들/리오 패니치·콜린 레이스 엮음/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옮김/632쪽·3만 원·후마니타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인간 생활의 가장 중요한 측면인 건강에 미친 영향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 글들을 모았다. 진보 성향 외국 학자 17명이 참여했다.

저자들은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공중보건 서비스를 상품화하고 의약품과 건강보험 등을 통해 관련 기업들이 보건의료 체계 전 영역을 자본 축적의 장으로 만드는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 의학 연구와 교육 과정에 대한 기업의 통제, 상업적 이윤을 위한 의학 자료 오용, 새로운 자본 축적 분야로 각광받는 인체 유전자의 상업적 활용 등도 비판한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탄자니아, 인도, 쿠바, 중국 등의 보건의료 정책의 성공과 좌절도 다뤘다. 이를 통해 부유한 나라이지만 상품화된 보건의료 체계로 나타나는 수많은 사회 문제와 정치적 혼란 사례를 보여준다. 반면 가난하지만 보편적 보건의료 체계를 통해 부유한 나라보다 국민 건강 증진에서 탁월한 결과를 보여준 사례도 소개하는 등 시종일관 반(反)시장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는 일부 편향된 시각을 지닌 글도 있다. 저자인 콜린 레이스 영국 골드스미스대 명예교수는 ‘건강, 보건의료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글에서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경제성장이 소득 증가와 영양상태 개선으로 이어져 사망률이 감소한 측면은 평가 절하했다. 그 대신 위생적인 상하수도 처리 시설 등 공공재 확충에 따른 예방 효과만 극대화시켰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시장에서는 이런 공공재를 조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관련 학계에서는 경제 성장에 따른 자본 축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이뤄진 역사와는 동떨어진 해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