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무주택자, 가점제서 소외되고 대출도 막혀 ‘한숨’
중도금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청약가점제가 확대 시행됐지만 3040세대(30, 40대) 무주택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16년 6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며 분양가 9억 원 이상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금지했다. 청약에 당첨되면 개인이 여윳돈이나 신용대출로 집값을 내야 한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10년 이상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늘리겠다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가점제를 확대 시행(전용면적 85m² 이하 100%, 전용 85m² 초과 50%)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용면적이 85m²를 넘지 않으면서도 분양가가 9억 원을 넘는 단지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경기 과천시에 분양한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청약 당시 전용 84m² 평형의 분양가는 10억6700만 원 안팎이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정도로 부동산 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과천에서 올해 처음 분양된 단지인 데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로또 청약’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9개 평형 중 1순위가 미달된 2개 타입은 모두 중산층이 선호하는 전용 84m²였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 담당 관계자는 “전용 84m²의 경우 주요 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3040세대인데, 이들이 중도금 조달 부담에 청약을 포기해 미분양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력 상품인 전용 84m² 수요층이 점차 청약을 포기하고 돌아서자 건설사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다음 달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분양을 앞두고 건설사 자체 보증을 통해 중도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단지는 평균 분양가가 3.3m²당 4300만 원 선으로 예상돼 모든 평형이 9억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자체 보증으로 중도금을 대출받을 경우 개인 신용에 따라 대출 한도는 다르지만 같은 이자를 적용받기 때문에 사실상 중도금 집단대출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의 대출 규제를 무력화하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부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과천 사례와 같이 청약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성급하게 규제를 쏟아내면서 규제 간 아귀가 맞지 않는 충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출규제와 가점제 기준을 모두 평형에 맞추거나 좀 더 세분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