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은·동아사이언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3일 KAIST에 통보한 사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석·박사 통합과정 1년차인 사고 학생은 당시 폭발을 일으킨 물질(카보닐 디아자이드)의 민감도나 폭발 위력 등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실 안전교육이나 연구과제와 관련된 사전 교육은 받았지만, 사전 유해인자 교육은 받지 못했다.
학생은 사고 당일 위험물질을 처음 다뤘지만, 당시 실험실에는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도교수는 물론이고 곁에서 실험을 도와주는 선배도 없었다. 이에 대해 사고 학생의 지도교수는 “대학원에 진학한 뒤 2, 3개월이 지나면 보통 독립적으로 자신의 실험을 하게 된다”며 “이번 사고는 물질의 특성(폭발성)에 따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행법상 실험실 안전을 기관과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는 점도 근본적인 한계다. 위반 사실이 적발되어도 과태료가 미미하거나 경고 조치에 그친다. 지난해 과기정통부가 실시한 연구실 안전관리 현장검사에서도 실험실 점검·진단 미실시(30.8%), 안전관리 규정 위반(19.5%) 등의 비중이 높았다. 특히 대학에서는 연구 책임자가 사전 유해인자 위험 분석을 실시하지 않은 실험실이 68%나 됐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교수 등 연구 책임자가 연구비 예산의 1%까지 안전관리비(간접비)로 쓰도록 되어 있지만, 이 역시 강제성이 없다.
이공계 대학 실험실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이 맡은 연구과제 실험을 지도교수나 안전관리 책임자의 감독 없이 혼자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실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하나둘씩 안전관리가 허술해지는 틈에 대학 실험실은 각종 위험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다. 안전에는 ‘적당히’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송경은·동아사이언스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