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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석직 임기 제한 폐지… 시진핑, 종신집권 길 열었다

입력 | 2018-02-26 03:00:00

당 중앙위 ‘헌법 2연임 조항’ 삭제… 3월 개막 전국인대서 최종 결정
장기집권 도울 감찰위도 통과 예정
이례적 조기 개최한 3중전회서 시진핑 오른팔 왕치산 부주석 복귀
류허, 부총리-런민은행장 겸임… 리커창 총리는 권력 약화될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주석직의 임기 제한을 헌법에서 삭제해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최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했다. 개헌으로 임기 제한이 사라져 마음만 먹으면 종신 집권의 길도 연 것으로 풀이된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25일 오후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 격)의 회기와 같은 5년으로 하고 임기가 두 회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현행 헌법 79조에서 ‘임기가 두 회기를 초과할 수 없다’는 대목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국가주석의 총 임기는 10년으로 제한됐지만 개헌으로 임기 제한이 사라졌다. 다음 달 5일 개막하는 전국인대에서 전국인대 대표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최종 통과되지만 전국인대는 사실상 거수기여서 통과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10월 마오쩌둥(毛澤東)에 이어 두 번째로 임기 중 공산당 헌장에 자신의 이름이 명기된 사상을 헌장에 삽입한 데 이어 이달 1월 14년 만의 개헌을 예고하며 역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사상을 헌법에 넣기로 한 시 주석이 이번엔 주석직의 임기 제한까지 없앤 것이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야심은 집권 2기를 연 지난해 10월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예견됐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 업무보고에서 “1단계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2단계로 2035년부터 21세기 중엽(2050년)까지 중국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자신의 임기(2022년) 이후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자 장기 집권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시 주석은 또 19차 당대회 폐막 뒤 열린 19기 1차 정치국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차차기 최고지도자 후계자를 지정하는 이른바 ‘격대 지정(隔代指定)’의 관례를 25년 만에 깨뜨렸다.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아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음이 더욱 분명해졌다. 이번 전국인대에서 무소불위의 사정 권력을 휘두를 것이 확실한 국가감찰위원회 설립안도 최종 통과될 예정이어서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인대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26∼28일 3중전회를 개최한다고 24일 긴급히 공개한 것도 임기 제한 조항 삭제를 위한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3중전회는 통상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다음 해 하반기에 열린다. 전국인대가 열리기 전 3중전회를 개최하는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결국 시 주석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불참한 것도 장기집권을 위한 헌법 개정 일정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입법기구인 전국인대는 다음 달 5일,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다음 달 3일 개막한다. 헌법 개정뿐 아니라 국가주석·부주석, 전국인대 상무위원장·부위원장, 군사위원회 주석·부주석, 국무원 총리·부총리, 최고법원장, 최고감찰원장, 정협 주석·부주석 등이 결정된다.

19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시진핑 리커창(李克强) 리잔수(栗戰書) 왕양(汪洋) 왕후닝(王호寧) 자오러지(趙樂際) 한정(韓正) 7명 가운데 직위가 확정된 사람은 시 주석,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뿐이다. 리잔수는 전국인대 위원장, 왕양은 정협 주석, 한정은 국무원 상무부총리로 거론된다.

중화권 매체와 외신들은 지난해 은퇴했던 시 주석 오른팔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복귀, 시 주석의 경제책사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의 부상, 리커창 총리의 약화 등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9차 당대회에서 68세가 되면 은퇴하는 공산당의 불문율(이른바 7상8하)에 따라 상무위원에서 물러난 왕 전 서기는 국가부주석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 주석을 보좌하면서 대외활동 일부를 대신하고 대미 현안을 맡을 것으로 중화권 매체들은 전망했다.

류 주임은 국무원 부총리와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장을 겸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 주임이 리 총리를 건너뛰고 시 주석의 지휘를 직접 받는 경제팀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류 주임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미중 무역갈등 조율에도 나선다. 리 총리는 자신의 계열(공산주의청년당)로 분류되는 양징(楊晶) 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국무원 비서장(부총리급)이 비리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24일 알려지면서 입지가 더 불안해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