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중앙행정기관-시도 공무원 99명 참여 난상토론 ‘해커톤’ 개최
7, 8일 ‘정부 혁신 해커톤’에 참가한 공무원들이 공무원 용어를 쓰지 않고 정책을 설명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 공무원들이 정부 혁신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행정안전부 제공
○ “조직문화 과감하게 바꾸자” 한목소리
행안부는 7, 8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60개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시도 공무원 등 99명과 해커톤(hackathon)을 개최했다. 해커톤이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특정 장소에서 시간을 정해 놓고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것을 뜻한다. 기관별로 워크숍을 한 적은 있지만 중앙과 지방 기관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처음이다. 참가자는 5급 이하 젊은 공무원이 대부분이었다. 맡은 업무는 다르지만 혁신 아이디어를 모아 보자는 취지다.
해커톤에서는 먼저 ‘정부 혁신을 망치는 노하우’라는 제목 아래 기존 관행을 살폈다. ‘평가를 위한 혁신’ ‘불필요한 일 만들기’ ‘실패를 먼저 생각하는 복지부동’ ‘형식적인 국민 참여’ 같은 주제에 맞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가장 주목받은 아이디어는 조직문화 팀에서 다룬 충남도의 ‘무기명 채팅방’이었다. 도지사부터 9급 직원까지 온라인 채팅방에서 익명으로 허심탄회하게 도정(道政)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격월로 특정일, 특정시간에 도지사와 각 실·국장이 도청 영상회의실에 모인다. 다른 공무원들은 충남도 포털사이트에 접속한다. 모든 직원이 ‘계급장 떼고’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이름 대신 ‘1230번’ ‘5230번’처럼 임의 번호가 뜬다. IP 추적도 할 수 없어 상사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회식이나 퇴근 방식 때문에 어렵다”는 글이 올라오면 해당 실·국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현장에서 밝혀야 한다. 충남도 김영성 주무관(39)은 “2012년 4월부터 과감하게 서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는데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참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굳이 익명 채팅방에서 의논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뿌리 깊은 연공서열 문화에 변화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상사가 올 때까지 엘리베이터 잡고 있기’라든지 ‘혼자 점심 먹는 실·국장을 위해 하위 과 직원들이 요일을 정해 오찬을 하는 관행’ 등은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 칸막이 없앤 정보 공유… 실제 적용까진 ‘글쎄’
공무원들은 “짧은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며 해커톤에 긍정적이었다.
산림청 정은희 주무관(29·여)은 국민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팀원들과 논의했다. 정 주무관은 “국민신문고 국민생각함 같은 창구가 기관마다, 또 기관 내부 부서별로 있어 효율성이 떨어져 대안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조직문화를 고민한 팀은 “각 기관의 성공 또는 실패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을 고민하자”고 제안하면서 혁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공직자를 보상하는 대안도 내놨다.
중앙부처 측에서는 민간인을 더 많이 접촉하는 광역단체에서 신선한 정책을 더 빨리 도입한 경우가 많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중앙 부처 의사결정방식을 알게 돼 유익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현장에서 주제를 정하는 바람에 깊이 있는 논의나 해결책을 찾기까지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안부는 “정부 혁신 추진 상황을 계속 공유하고 타 부처 혁신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해커톤을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해커톤 내용은 종합추진계획에 일부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