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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이슈&피플팀 기자 前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2002년부터 이곳에서 중국판 다보스 포럼인 ‘보아오 포럼’을 열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중국 기업 ‘포산 인터내셔널’은 올해 2분기(4∼6월) 섬 남쪽 해변에 100억 위안(약 1조7380억 원)을 투입해 호텔과 워터파크, 쇼핑가, 공연장 등이 들어선 초호화 ‘아틀란티스 싼야 리조트’를 개장할 계획이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도 섬 북서쪽 해변 인공섬에 호텔과 테마파크, 쇼핑몰, 회의장 등으로 구성된 ‘오션 플라워 섬’을 짓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섬에 카지노 허용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업계가 가장 먼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이어 아시아 각국의 카지노 경쟁 나아가 관광 산업 구도에도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카지노업계 그리고 제주도 관광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중 간 사드 갈등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긴 데 이어 장기적으로 또 하나의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 반환된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카지노가 합법이지만 이들은 특별행정구다. 기존 중국 영토 내에서는 사행 산업의 대표 격인 카지노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201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반부패 드라이브로 마카오의 도박 산업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하이난에 카지노를 허용할 것인지 의문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블룸버그통신은 하이난성 정부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고 특히 하이항(海航·하이난항공·HNA)의 적자 누적 등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일부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도박까지 허용해 하이난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은 남중국해 진출의 교두보라는 점과도 관련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이난섬은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고 미국과는 ‘항행의 자유’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의 전초기지와 같은 곳이다.
특히 아시아의 카지노 허브 경쟁에서 중국이 뒤처질 수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불교 이슬람 문화권인 동남아 각국이 이런저런 이유로 카지노를 금기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싱가포르는 2010년 ‘리조트월드 센토사’와 ‘마리나베이 샌즈’ 두 곳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건설해 2016년 카지노 매출만 4조 원 이상을 올렸다. 베트남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에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내년 개장한다. 일본도 2016년 카지노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얀마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개설 방침을 최근 밝혔다. 러시아도 블라디보스토크에 카지노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하이난섬 카지노 쓰나미’가 몰려올지도 모를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은 어떤가.
영종도의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가 문을 열었고 미단시티의 리포&시저스,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건설이 준비 중이지만 타이밍이 다소 늦은 데다 사드 찬바람까지 맞고 있다. 현재 8곳의 카지노가 있는 제주에는 제주신화월드, 제주트림타워, 오라관광단지 등에 어느 규모로 카지노장을 추가로 허가할지 총량 규제를 두고 논란 중이다. 태풍이 불어오는데 내부적 논란으로 시간을 끌다 실기(失機)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하이난섬과 경쟁할 수 있는 제주의 관광 잠재력 키우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구자룡 이슈&피플팀 기자 前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