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25일 경남 통영시로 들어와 사후 23년 만에 고향땅을 밟게 됐다. 선생의 아내 이수자 씨(91)가 통영시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유해를 임시 안치한 뒤 기도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선생의 유해는 25일 오후 1시 반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유해함을 안은 플로리안 리임 국제통영음악재단 대표는 독일에서 출발해 일본을 경유한 뒤 한국에 입국했다. 리임 대표는 통영시추모공원에서 대기 중이던 선생의 아내 이수자 씨(91)에게 유해를 전달했다. 이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건네받은 유해를 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안치했다. 입국과 이후 일정은 통영시와 통영국제음악재단 일부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독일 현지 이장식은 23일(현지 시간)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서 진행됐다. 유해를 받아든 딸 윤정 씨(67)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이장식에는 정범구 주독 한국대사, 권세훈 주독 한국문화원장, 리임 대표, 최영숙 한민족유럽연대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25일 경남 통영시로 들어와 사후 23년 만에 고향땅을 밟게 됐다. 유해는 3월 30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통영 국제음악당 인근 언덕에 안장된다. 통영시 제공
그러나 국내 안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생은 1967년 동백림(東伯林·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뒤 이념 논쟁에 시달려 왔다. 재독 경제학자 오길남 씨에 대한 입북 권유 논란, 망명 후 북한과의 교류 등으로 ‘친북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무현 정권 당시 송두율이 귀국한 데 이어 이제는 이장까지 해가며 윤이상을 띄운다”며 비판했다. 오길남 씨(76)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도 “북한에 두고 온 두 딸은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여론도 쪼개졌다. 이날 오후 2시 통영시 중앙동 문화마당에서 보수단체 주최로 집회가 열렸다. 박순옥 운영위원은 “유해 안치를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애국시민총연합회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김일성을 사모했던 윤이상이 묻힐 곳은 북한의 ‘애국열사릉’이지 통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 소속인 김동진 통영시장(67)은 “선생에 대해 친북활동과 사상적 편향성 시비가 있었지만 이제 인도적 차원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때도 됐다”며 “김동리문학관이 문학도의 순례지가 된 것처럼 윤이상 선생의 흔적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당 예술기획본부장은 “윤 선생은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라며 “더 이상 분열 없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영=강정훈 manman@donga.com / 이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