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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원룸 건물주 대출액, 4억5000만→3억6571만원 줄어

입력 | 2018-02-27 03:00:00

3월 26일부터 RTI 도입
연간 임대소득 대비 이자비용 따져… 주택용 1.25배, 비주택 1.5배 적용
기존 대출엔 일정기간 유예 두기로
투자자들 건물 매입 포기 움직임




임대업자인 박모 씨(60)는 부산 금정구 한 대학가에 매매가 6억 원 정도 되는 소규모 원룸 건물을 갖고 있다. 현재는 건물 가격의 최대 75%까지 담보 가치를 인정받아 은행에서 최대 4억5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연 3.5%의 금리로 빌릴 때 연간 내는 이자(연 1575만 원)가 임대 수익(약 1600만 원)보다 적어 대출 상환을 감당할 여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다음 달 26일부터 ‘이자상환비율(RTI)’ 제도가 새로 도입돼 대출받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RTI는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받을 때 이자 비용에 비해 임대소득이 얼마나 높은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박 씨의 건물에 RTI 1.25배(주택용 부동산 기준)를 적용하면 연간 임대수익이 매년 내는 이자의 1.25배보다 많아야 돼 대출 가능 금액은 3억6571만 원으로 지금보다 1억 원 가까이 줄어든다.

은행연합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사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다음 달 26일부터 RTI를 도입해 임대사업자의 주택용 건물에 대해서는 1.25배, 비주택용 건물은 1.5배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주택용 건물은 연간 임대소득이 이자 비용보다 1.25배, 비주택용 건물은 1.5배가 넘는 조건 이하의 금액으로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RTI가 이 기준에 못 미치면 다른 안정적인 소득으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지 별도의 소득심사를 거쳐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이 같은 RTI 기준을 신규 대출에 바로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대출을 연장할 때는 어느 정도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의 ‘대출 절벽’을 막기 위해 기존 대출의 연장에 대해선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당장 임대사업자가 추가 대출을 받을 수가 없어 매매 거래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건물 매입을 알아보다가 새로운 대출 규제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차츰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26일부터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제도도 도입돼 자영업자들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LTI는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총액을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앞으로 개인사업자는 한층 더 깐깐해진 소득심사를 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LTI 기준을 정하지 않는 대신에 1억 원을 초과하는 신규 대출을 신청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LTI를 평가해 대출 가능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특히 10억 원 이상 대출에 대해서는 LTI가 적정한 수준인지 반드시 심사하도록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후 제2금융권의 LTI 적용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은행들이 상권이나 업황에 대한 분석 결과도 여신심사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개인사업자 대출 규제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총체적상환능력(DSR) 등 잇달아 도입된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이 막힌 이들이 사업자 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1월 말 현재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90조3000억 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제2금융권 대출과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까지 합하면 70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부동산 임대사업자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이나 생활비 용도 등으로 쓴다는 지적이 나왔다. RTI, LTI 규제는 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