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카드를 들고나오자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이를 피하기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경우 14개 단지 중 5개 단지가 최근 일주일 만에 주민 동의를 끝내고 안전진단 접수를 마쳤으며 나머지 단지들도 28일까지 접수를 끝낼 계획이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경. 동아일보DB
26일 조달청에 따르면 20일 이후 재건축 아파트 안전진단 용역입찰 공고를 낸 단지는 12곳이다. 서울 강동구가 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영등포구가 3곳으로 뒤를 이었다. 송파구와 강남구는 각각 1개 단지의 안전진단 입찰 공고를 냈다. 부산과 광주 등 지방에서도 안전진단을 서두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앞다퉈 안전진단 업체 찾기에 나선 것은 제도가 바뀌기 전에 용역업체와 계약을 끝내면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해당 구에 안전진단 의뢰를 하지 않은 단지들은 주민 동의 및 자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주민 동의(10%)→안전진단 신청→현장 실사→안전진단 순으로 이뤄진다. 안전진단 업체와의 계약은 해당 구의 현장 실사 이후에 진행된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단지별로 28일까지 양천구에 안전진단 신청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주민들은 용역업체 선정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돈을 걷고 있다.
현재로선 속도전에서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구의 현장 실사와 안전진단 용역입찰까지는 최소 20일이 걸린다. 입찰 후 안전진단 업체와 계약을 맺기까지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안전진단 업체와 용역계약을 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입찰 공고 이후 계약까지 45일이나 걸렸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주민들은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양천시민발전연대’는 26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을 만나 건물 내진성능평가 항목을 별도로 만들고 대면(對面) 공청회를 열어달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마포구, 노원구 등 다른 지역 주민들과 함께 ‘비강남권 차별 저지 범국민대책본부’ 설립을 추진 중이며 행정예고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강성휘 yolo@donga.com·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