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나나 다른 여성이 어떤 생각을 밝히거나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쥐 죽은 듯 침묵이 흘렀던 적이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그러다 10분쯤 지나 남자가 똑같은 말을 하면 다른 남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하기 일쑤였다.―정면돌파(실라 베어·알에이치코리아·2016년)》
저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6∼2011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을 맡았다. 미국의 위기 극복에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덕분에 저자는 미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월스트리트저널의 ‘월가의 영향력 있는 30인’, 포브스의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여성’ 등의 리스트에 숱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은 저자의 분투기를 자세하게 그려낸다.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으로 몰락을 자초했던 대형 금융회사들은 물론이고 이들에 동조하며 구제금융 방안을 마련한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존 듀건 당시 통화감독청장 등 규제기관 수장도 저자의 적수였다.
하지만 전쟁만큼 치열했던 금융위기 극복 과정만큼이나 흥미로운 부분이 또 있다. 미 재무부 차관보를 지내고 FDIC 의장까지 맡은 저자지만 ‘여성’이어서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장벽들이다. 가이트너, 듀건 등 남성 동료들은 저자를 따돌리고 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일쑤였다. 저자가 회의석상에서 강력하게 주장을 내세우면 이를 언론에 흘리고 ‘주목을 갈구하는 공주병 환자’라고 표현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그 자리까지 오른 저자는 책 곳곳에서 여성으로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내비친다. “차별받고 있는지를 절대 의식하지 마라”, “다른 여성을 북돋아 줘라”, “절대 감정에 치우치지 말라”. 남자로선 체감할 수 없는 상황들을 뛰어넘은 용기에 경외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