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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수영]이방카와 K컬처

입력 | 2018-02-27 03:00:00


‘나쁜 기집애’ 한류 스타 씨엘(CL)의 등장은 강렬했다.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로 선보인 ‘내가 제일 잘나가’는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에게 바친 열정의 헌사다. 전 세계에 팬을 보유한 그룹 엑소(EXO)의 화려한 군무는 관중과 선수들을 들썩이게 했다. 지구촌 겨울축제의 끝을 알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은 거대한 공연장이었다. 미국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는 이 흥겨운 축제를 전하며 “케이팝(K-pop)이 세계를 점령했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에 한미동맹의 메신저로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은 한국과의 접점을 케이팝에서 찾았다.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방한 직전 동아일보-채널A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일곱 살짜리 큰딸 아라벨라가 케이팝 영상을 보며 매일 춤을 춘다”고 했다. 폐회식 뒤 엑소와 만난 자리에선 “우리 애들이 당신들 팬”이라며 애들처럼 좋아했다. 케이팝을 가교로 한 이방카의 ‘매력 외교’는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17일간 평창을 들썩이게 한 한국 문화는 케이팝만이 아니다. 엄지와 검지로 만드는 ‘손가락 하트’도 히트를 쳤다. 각국 선수들은 ‘한국식 하트’라며 손가락 하트를 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에 타전했다. 급기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폐회식 연설 도중 “한국식 감사 인사를 하겠다”며 평창 올림픽을 빛낸 스타선수 8명과 손가락 하트를 만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케이컬처(K-culture)는 전 세계에 평창을 알리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세계인의 입맛에 굳이 맞추지 않아도 우리 문화가 자연스럽게 각국 선수들과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됐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케이팝은 한국어로 불러도 당장 환호를 받는 ‘외교사절’을 만들어 준다. 한국의 셀카봉이 전 세계 여행지의 풍경을 바꿔놓았듯 손가락 하트는 양손을 모아 만드는 다른 나라의 ‘손 하트’를 대체했다. 송승환 개·폐회식 총감독은 폐회식에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을 담았다”고 했다. 역동적인 한국 문화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

홍수영 논설위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