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인사들의 증언
고은
26일 40대 문인 A 씨에 따르면 2008년 4월 고 시인은 지방의 한 대학 초청 강연회에 참석했다. 행사 후 뒤풀이 성격의 술자리가 열렸다. 고 시인과 문인 출신인 다른 대학의 교수(60), 여성 대학원생 3명 그리고 A 씨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고 시인은 옆에 앉은 20대 여성 대학원생에게 “이름이 뭐냐” “손 좀 줘봐라”고 말하며 손과 팔, 허벅지 등 신체 부위를 만졌다. 누구도 이를 말리지 못했다. 급기야 술에 취한 고 시인은 노래를 부르다 바지를 내리고 신체 주요 부위까지 노출했다고 한다. 한 여성은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A 씨는 “그는 이 세계의 왕이자 불가침의 영역, 추앙받는 존재였다. 그런 추태를 보고도 제지할 수 없어 무력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 시인이 자신의 시집 출판 계약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중소 출판사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50대 문인 B 씨에 따르면 사건은 2000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술집에서 일어났다. 고 시인은 여성의 손과 팔, 허벅지 등 신체 일부를 더듬었다. B 씨와 출판사 대표 등 함께 있던 사람들은 이를 보고도 침묵했다. B 씨는 “여직원은 출판 계약이 잘못될까 봐 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자리를 피해 눈을 감아버리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후로 나는 고은의 시를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최영미 시인은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1993년 제가 목격한 괴물 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따로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십 년을 이어온 추태가 드러나지 않은 건 고 시인의 위상 때문이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고문이고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그는 ‘문단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고 시인의 추태를 오히려 ‘시인다움’으로 떠받들고 그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작품성을 과도하게 치켜세우는 문단 내 ‘카르텔’이 공고했다.
50대 여성 시인 D 씨는 “여성 문인 사이에선 ‘고은 옆자리에 가지 마라’ ‘손이 치마 안으로 들어갔다 윗도리로 나온다’는 말이 퍼져 있었다. 그의 기행을 ‘시인다움’ ‘천재성’으로 합리화하는 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문인이라면 한평생 돌아보고 자기로 인해 고통받은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