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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부자가 배우는 경제]환호 속 막내린 ‘평창’… 올림픽 경제효과란?

입력 | 2018-02-28 03:00:00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올해 1월 한파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역대급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연일 보도되었고 정치적 문제들이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의 개회식이 열렸습니다. 다행히 한파가 한풀 꺾이고 남북단일팀 입장, 역동적인 퍼포먼스, 오륜기를 표현한 드론쇼 등 깜짝 놀랄 만한 오프닝으로 순조롭게 시작되어 수많은 감동과 기록을 남기고 폐회식까지 무사히 치러 냈습니다.

올림픽은 여름 200여 개국, 겨울 90여 개국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데 대규모 경기장과 선수들의 숙박, 식당 등 편의시설 건설, 도로, 철도 등 인프라가 마련되고 많은 투자가 생깁니다. 또 외국 관광객이 몰려오고 소비가 활발해져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경제적 효과는 크게 직접적, 간접적 효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을 지으면 건설회사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회사들도 돈을 벌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인력이 필요하니 고용도 창출됩니다. 올림픽을 개최하면 관광객이 와서 한국 음식을 먹고 숙박을 하고 기념품을 사고 경기를 구경하기 위해 입장권을 구입하는 등 수입이 생기는 직접적 효과가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관광객과 외국 선수들이 올림픽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올리며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어 국가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이미지가 좋아져서 또 다른 관광수입으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국내 기업들의 이미지도 동반 상승하여 상품의 수출로 확대되는 간접적 효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림픽을 치르며 벌어들인 수입은 어떻게 할까요? 모두 강원도에서 가져갈까요? 아닙니다. 후원사 수입, 입장권 판매 등 전체 수입의 10%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가져가고 남은 수입에서 절반은 개최지, 그리고 나머지는 참여 국가의 각종 스포츠 연맹에 분배한다고 합니다. 물론 선수단 규모나 나라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TV 중계료는 미국 NBC방송국이 가장 많이 냈는데요. 특히 인기 있는 아이스하키 같은 종목은 북미와 유럽의 TV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방영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비싼 입장료의 경기는 아이스하키이며 최고 90만 원의 입장권도 있었습니다.

올림픽 출전 시 지출되는 비용은 각 국가에서 지불하는데 국가 재정이 좋지 않은 아프리카나 동남아 일부 국가의 선수들은 개인이 사비를 내며 출전하기도 합니다. 통가의 근육맨은 개·폐회식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입장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훈련비와 올림픽 참가비는 빚을 내고 모자란 돈은 결국 모금을 통해 해결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민유라와 겜린 역시 연습 기간 동안 후원사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마지막 성화주자인 김연아가 점화한 성화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세계 4대 스포츠 빅 이벤트인 여름올림픽, 아시아경기, 월드컵대회, 겨울올림픽 등을 개최한 대한민국은 참여 국가, 선수단 인원, 메달 수 등 역대 최고의 올림픽이라는 기록과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폐회식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제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만 하면 모든 잔치는 끝납니다. 그럼 이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올림픽을 치르기 전에는 여러 기대와 효과를 예상하고 올림픽 기간 중에는 힘껏 즐겼다면 이제 잔치가 끝난 후의 후유증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올림픽 후유증을 ‘밸리(Valley) 효과’라고 합니다. 밸리 효과는 올림픽을 치르고 난 뒤 개최국의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적자 올림픽으로 알려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 20배가 넘는 부채로 빚더미에 올라 이것을 갚는 데 3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은 경기장의 사후 활용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2014년 소치 올림픽 역시 54조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최고의 적자 올림픽이라는 악명을 얻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스튜어드 박사는 ‘올림픽 개최는 결혼식과 같아 쓴 돈만큼 돌려받기 어렵다’고 비유하였고 미국 스미스대 앤드루 짐벌리스트 경제학 교수는 ‘올림픽은 쓸데없는 짓’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그는 ‘지상 최대의 서커스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에 숨은 경제적 도박’이라는 책을 쓴 저자로 유명합니다.

올림픽 이름을 보면 각 나라의 이름이 아니라 평창 올림픽, 서울 올림픽처럼 개최지의 지역 이름이 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것입니다.

물론 국민의 세금과 국가의 전폭적 지원으로 이루어집니다. 이제 올림픽 이후 강원도는 여러 국제적 겨울스포츠를 유치하고 주변 국가들의 전지 훈련장이나 겨울스포츠 시설이 부족한 동남아 지역의 관광객을 위한 관광 상품 개발, 경기장의 활발한 운영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합니다. 삿포로 올림픽(1972년)을 개최한 삿포로는 눈축제를 특화 상품화하였고 밴쿠버 올림픽을 개최한 밴쿠버는 경기장 및 시설물을 적극 활용하였으며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개최한 솔트레이크시티는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출을 최소화하였으며 대회 뒤 체험 상품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한 경제적 올림픽의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평창 올림픽 조정위원장 구닐라 린드베리는 “평창 올림픽에서 하얀 코끼리가 남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얀 코끼리는 겉보기에는 훌륭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지비가 많이 들어 쓸모없는 대형 스포츠 시설물을 뜻합니다. 옛날 고대의 태국 왕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하얀 코끼리는 신성시되는 동물로 좋은 잠자리와 좋은 음식을 주며 지극 정성으로 모셔야 하는데 코끼리는 수명도 길고 많이 먹어 경제적으로 파산할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치러진 평창 겨울올림픽 잔치는 여러 우려 속에서 무사히 잘 마쳤으니 이제 남은 과제는 올림픽의 시설물들이 하얀 코끼리가 아니라 야구에서 ‘머니볼’(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보이는 경영 방식)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김영옥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