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밴드 토토. 왼쪽부터 스티브 포카로, 데이비드 페이치, 스티브 루카서, 조지프 윌리엄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2018년 2월 27일 화요일 흐림. 봄비.
#279 Toto ‘Africa’(1982년)
TV 속에서 왕년의 그룹 H.O.T.가 노래방 점수 95점에 도전하는 것을 봤다.
위대한 노래방 기계님의 점수 기준이 뭐냐는 것은 음악계 최고의 미스터리다. 아무리 그래도 노래는 물론이고 악기 연주까지 척척 100점을 따낼 것 같은 팀이 몇 개 떠오른다. 우선 토토가 생각난다. MBC TV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3’의 준말이 아니다. 미국 밴드 ‘토토’ 얘기다.
연주만 잘한 게 아니다. ‘Rosanna’ ‘Hold the Line’ ‘I Won‘t Hold You Back’…. 겹겹이 쌓은 소리의 건축에 아름다운 선율을 덧대 팝 사전의 아름다운 예문을 여럿 만들었다.
토토는 로재너, 패멀라(‘Pamela’), 리아(‘Lea’) 같은 이름을 노래로 줄기차게 불러댔지만 돌아보니 가장 간절한 부름을 받은 건 여자가 아닌 대륙이다.
아프리카(‘Africa’)! 영국 음악 매체 NME가 꼽은 ‘가장 폭발적인 후렴구 50’ 중 하나다. 어떤 영국 과학자는 이 곡을 과학적 관점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곡이라고 했다.
그 후렴구 선율은 단순함의 극치다. 반음 사이인 ‘라’와 ‘솔#’의 반복일 뿐. 치밀한 감성적 설계도는 밑장에 있다. 장조로 진행하던 화성이 후렴에서 문득 처연한 ‘f# 마이너’로 이행하면서 보컬 하모니가 성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그 순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