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포스코역사관 야외전시장에 있는 옛 삼화제철 고로(1943년 제작).
일제는 군비 확장과 대륙 침략이 한창이던 1930년대부터 한반도에 제철소를 짓기 시작했다. 1943년 일본 고레가와 제철은 당시 삼척에 소형 고로 8개를 갖춘 공장을 세웠다. 광복 후 고레가와 제철은 삼화제철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전력, 원료, 기술자가 모두 부족해 고로를 제대로 가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1949년 제철소 규모를 확장하면서 고로를 보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수공사는 6·25전쟁으로 중단되었다. 1952년 국고보조금을 투입해 고로를 다시 보수했다. 이어 1954년 시험생산에 들어갔으나 전력과 자금 부족으로 곧바로 휴업을 해야 했다. 이후 추가 보수가 수차례 되풀이되었고 드디어 1961년부터 선철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것이 1950, 60년대 한국 제철산업의 현실이었다. 1960년대 제철소가 10여 곳 있었지만 제대로 된 선철을 생산하는 곳은 삼화제철이 유일했다. 삼화제철은 1971년까지 철을 생산하고 문을 닫았다. 동국제강이 고로를 인수한 뒤 그 가운데 7기를 개조해 생석회를 생산하기도 했다. 용광로의 용도가 폐기된 7기의 고로는 끝내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철거되고 말았다.
이광표 논설위원·문화유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