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감각 관계 연구하는 스펜스 옥스퍼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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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바뀌면 커피 맛도 달라져요.” 찰스 스펜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커피 잔을 조명에 비춰 보이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시끄럽긴 한데 활기찬 느낌이 있네요. 소음은 대화를 방해하는 문제가 있지만, 큰 식당에서는 괜찮습니다. 다만 작은 식당이었다면 음악으로 소음을 적절히 가려줘야 할 겁니다. 그런데 한국 식당은 원래 음악을 잘 안 트나요?”
시각적인 면은 아쉽다고 했다. 무절임이 접시에 담긴 모습을 보고 “반찬 플레이팅이 그리 시각적이지는 않다”며 “연구에 따르면 접시 모양이나 색, 크기는 물론 위에 놓인 채소의 방향도 맛에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소 줄기가 둥근 접시 위에서 ‘몇 도’ 기울어져 있을 때 가장 맛있어 보이는지를 시민과학 프로젝트로 조사했다. 연구 결과, 채소가 12시 방향에서 시계방향으로 3도가량 기울어진 각도일 때 사람들이 음식을 가장 맛있게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에는 감각을 활용해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반달 모양의 접시에 음식을 담은 뒤 거울에 비춰 동그란 접시에 음식이 담긴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런 뒤 음식을 먹게 하니 실험 참가자들은 뇌가 거울에 비친 음식까지 먹은 것으로 착각해 먹은 양보다 더 포만감을 느꼈다. 이 연구는 이번 달 ‘국제요리및식품과학’에 발표됐다. 한국의 ‘먹방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먹방을 자주 보는데, 누군가와 같이 먹는다고 뇌가 착각해 먹는 양을 늘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위해 몇 가지 힌트를 덧붙였다. 큰 접시는 음식 양을 적어 보이게 해 결과적으로 먹는 양을 늘린다고 한다. 실험 결과 접시 크기가 두 배가 되면 섭취량도 40% 늘어났다. 하나 더. “자꾸 손이 가 원망스러운 간식은 빨간 그릇에 담아 두세요. 빨간색에 대한 회피 본능이 있어 손이 덜 갈 겁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