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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흘러도… 늘 위로가 되는 그의 노래

입력 | 2018-03-01 03:00:00

작곡가 이영훈 10주기 헌정공연… 이문세-윤도현 등 추억 함께 나눠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헌정 음악회 ‘작곡가 이영훈’에서 하모니카 주자 전제덕 씨가 ‘옛사랑’을 연주곡으로 재해석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돼요….’(‘소녀’에서)

가수 이문세의 노래는 이날따라 고인을 향한 토로같이 들렸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이영훈 작곡가(1960∼2008) 10주기 헌정 공연이 열렸다. ‘붉은 노을’ ‘광화문 연가’ ‘옛사랑’ 등 우리 가요사에 명곡을 남긴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게 10년 전 이맘때(2008년 2월 14일)였다.

“아름다운 음악은 시대를 넘어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 고 이영훈 작곡가입니다.”

공연 전 만난 ‘이영훈의 페르소나’ 가수 이문세 씨(59)는 이렇게 운을 뗐다. “저 역시 그 특혜를 받고 온 국민과 그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 씨는 1985년 ‘난 아직 모르잖아요’와 ‘휘파람’ ‘소녀’가 실린 3집부터 오랫동안 고인의 목소리가 돼 대중의 가슴으로 날았다.

무대의 서막은 작곡가인 고인이 직접 불렀던 노래가 열었다. ‘난 어젯밤 꿈속에 남아/그대와 환상을 꿈꾸었네.’ 대중에게 덜 알려진, 1997년 이영훈 소품집에 담긴 ‘깊은 밤을 날아서2’였다. 담백한 목소리는 스피커가 아닌 하늘에서 울려오는 듯했다. 이날 공연에는 가수 윤도현 한영애 박정현 김범수 장재인 한동근, 작곡가 김형석,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무용가 김설진,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잇따라 등장했다. 무보수로 참여한 이들은 객석을 가득 메운 3000여 관객을 향해 고인의 작품을 노래, 연주, 몸짓으로 재해석해 보였다. 한영애의 ‘광화문 연가’ ‘빗속에서’, 박정현의 ‘사랑이 지나가면’, 김범수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은 저마다 창법은 달랐지만 멜로디의 궤적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곡선이 일관되게 가리키는 곳은 그리움의 세계였다.

배우 이병헌 씨도 깜짝 등장해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부르기도 했다. 고인의 부인 김은옥 씨는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사랑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지만 기억은 늘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문세 씨는 공연 후반 메가 히트 곡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젖은 눈빛으로 목 놓아 불렀다.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가 합창되는 동안 ‘아아∼’ 하며 절규하듯 음을 뽑았다.

아들 이정환 씨는 “고인의 악보집과 시집 출판, 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덕수궁 돌담길에 있는 이영훈 노래비를 새로 만드는 작업도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앙코르 곡은 ‘붉은 노을’이었다. 돌아보니 고인의 작품에는 하늘과 구름이 많이 나왔다. 노래 속 하늘은 말없이 구름과 별들을 띄워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