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임원 평가 권위자인 딘 스태몰리스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조직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유독성 리더(toxic leader)’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는 흔히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기고 스스로 과대평가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변의 희생을 강요하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도 보인다. 실제 심리학계에서 밝혀 낸 나르시시스트의 특성은 이와 유사하다. 만약 재무정보를 공시하고, 재무 관련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나르시시스트라면 어떨까?
최근 워싱턴대 공동연구팀은 나르시시스트가 CFO에 특히 더 어울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서명의 크기가 클수록 나르시시스트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기존 심리학 연구 결과에 착안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CFO 512명의 서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크게 서명하는 CFO가 있는 회사는 적시에 회사 손실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내부통제 시스템도 취약했다. 또한 CFO의 서명이 커질수록 회사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하는 확률이 높았다. 사적인 보상이나 이익을 위해 재무보고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이익 조정’도 증가했다.
연구진이 회계학 전공 학생 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상 실험 결과도 비슷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5달러를 익명의 파트너와 지시된 비율(5 대 5)에 따라 나눠 가지라고 지시했다. 단, 파트너가 배분율을 모른다는 단서를 달았다. 실험 결과, 학생들은 서명 크기가 클수록, 자기애적 성격 검사지(NPI-40) 점수가 높을수록 파트너를 속이고 공지된 배분율보다 더 많은 돈을 챙겼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