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너아드리아의 ‘속초 피문어 아보카도샐러드’.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강릉에서 삶은 뒤 집까지 몇 시간 걸려 가져온 문어가 생각보다 부드러워 놀랐었다. 어릴 적 극장에서 씹었던 마른 문어 다리는 말할 것도 없고 국물 속에 들어있는 문어도 질겼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어를 부드럽게 잘 삶기가 쉽지 않다며 노련한 시장 상인의 솜씨에 맡기는 것이 훨씬 좋다는 엄마의 말도 기억난다.
어른이 돼 다양한 외식을 경험하면서 문어 요리의 생명은 숙성(熟成)과 휴지(休止), 그리고 부드러움의 합(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라도에서 경조사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로 홍어가 있다면 경상도에서는 그에 버금가는 것이 바로 문어일 것이다. 동해안 묵호항에서 삶아 8시간 걸리는 완행기차로 경북 영주까지 가져오면서 아주 부드러워진 문어의 맛을 찾았다는 옛 어른의 경험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큰 생선도 맛이 제대로 들 때는, 크기와 조건에 따라 잡은 뒤 하루 이틀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 맛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양식당 셰프들이 문어와 아보카도의 매칭을 곧잘 시도한다. 잘 익은 아보카도와 잘 삶은 문어를 함께 먹을 때, 뭐가 문어이고 아보카도인지 모를 정도로 최고의 부드러운 쾌감이 전해진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대표
○ 열두대문: 경남 밀양시 밀양향교3길 17, 055-353-6682. 열정식 2만5000원부터(한정식에 문어수란채 나옴)
○ 뽈뽀: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29, 02-537-7090. 문어아보카도 2만3000원
○ 가드너아드리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73, 02-549-4698. 속초피문어 아보카도샐러드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