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코치는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의 루키팀 코치로 일하고 있다. 2017시즌이 끝나고 인턴코치에서 정식코치로 승격한 그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느라 여념이 없다. 1일(한국시간) 현지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홍성흔 코치.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선진야구’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곳이다. 선수, 산업, 인프라 등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역시 육성 시스템이다. 과학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시스템은 매 해 전 세계 팬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슈퍼스타들을 배출시킨다. 타고난 재능으로 단숨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선수들도 있지만, 시스템에 의해 ‘빚어지는’ 선수들 또한 적지 않다.
시즌 전에 열리는 스프링캠프는 메이저리그 육성 시스템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빅리거’들은 물론 마이너리그의 가장 아래 단계인 루키리그 선수들까지 모두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좁디좁아지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구슬땀을 흘린다. 곁에서 이들을 지도하는 코치들 역시 마찬가지다.
● 이제는 정식코치, 더욱 더 무거워진 책임감
-정식코치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기분이 어떤가.
“지난해보다 훨씬 더 힘들다. 책임감도 더 생기고,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점도 많다. 물질적으로는 조금 더 나아졌지만, 그 만큼 코치로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소통하는 것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의사소통이라 하면 역시 영어인가.
샌디에이고 홍성흔 코치.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 ‘인성이 첫 번째’, 군대와 같은 규율
-정식코치로 직접 참여한 미국의 스프링캠프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곳은 군대다. 나는 선수들을 훈육하는 훈련소 조교쯤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사실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적어도 이 곳만큼은 철저한 규율 속에서 돌아간다. 선수들은 이른 오전부터 철저한 스케줄에 맞춰 생활한다.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를 교육 받으며 프로선수로서 키워진다.”
-철저한 스케줄의 예를 들어줄 수 있나.
-매일?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진 않나.
“인성이 첫 번째라는 것은 어딜 가나 똑같은 것 같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여기서는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 그게 바로 이 곳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 여러 코치들에 의해 세분화된 훈련 시스템
-훈련 시스템 역시 세분화 되어 있나.
“여기서는 훈육의 최고책임자인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가 말하는 게 곧 법이다. 코디네이터의 주관아래 여러 코치들이 매일매일 미팅을 통해 훈련 스케줄을 정한다. 타격, 주루, 수비, 체력 등 각기 정해져 있는 훈련들이 그 와중에 또 여러 개로 나눠져 있다. 여러 톱니바퀴가 돌아 하나의 큰 시스템을 돌리는 형태다.”
-코치들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하겠다.
“맺고 끊는 게 칼 같다. 능력이 있으면 코치가 되는 것이고, 안 되면 바로 방출이다. 지난해에도 벌써 6명이 해고됐다. 내가 정식코치가 된 것도 당장 그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기대치가 있다 보니 나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혹시 한국에도 꼭 도입했으면 하는 시스템이 있나?
“먼저 부상선수의 복귀시스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여기는 선수에게 충분한 회복 시간을 준다. 선수 자신이 괜찮다고 주장해도 아예 공도 못 만지게 한다. 비교해보면 한국은 아직까지 조금 급한 감이 있다. 두 번째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타격 영상 촬영이다. 지금은 우리도 1군 선수들도 여러 카메라를 통해 충분히 자신의 타격자세를 돌려 볼 수 있다. 그러나 퓨처스 선수들은 그런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 여기는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구장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타격 자세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무엇이 잘못됐고, 또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더 수월하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 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