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의회에 제출한 ‘2018 무역정책 어젠다·2017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했던 경제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최근 몇 년간 ‘시장 원리’와 더 멀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USTR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통상법의 슈퍼 301조를 동원해 대응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의 차기 국무원 부총리로 내정된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다. 그런데도 보란 듯이 고강도 대중(對中)무역 압박 방침을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 경제정책을 흔들면서까지 중국을 옥죄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나쁜 협상’이라며 탈퇴했다. 그러나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TPP 복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구체화되면서 태평양 지역 경제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모든 나라 간 무역과 안보 협력 제고를 주장한 데 이어 올 초 다보스 포럼에서도 일본 주도의 TPP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긴밀한 미일관계를 토대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트럼프발(發) 미중 무역전쟁은 다분히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다. 자신의 지지층이 많은 미국 공업지역인 ‘러스트 벨트’를 의식해 해당 지역의 산업인 철강 분야의 수입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 역시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철강노동자는 14만 명이지만 철강을 소비하는 인접 산업 분야 노동자는 이보다 16배 많다”며 트럼프의 러스트 벨트 중심 정책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