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법 232조에 근거해 통상 피해를 안보 위협 간주… 무역규제 나설 뜻 밝혀
통상과 안보 다르다는 靑, 안보 손잡고 통상은 뿌리치나
동서고금에 안보와 통상은 단 한 번도 분리된 적 없다… 韓美간 소통으로 국익 지켜야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그 결과 상무부는 며칠 전 철강재 수입에 대한 일괄 24% 관세 부과, 일괄 67% 수입물량(쿼터) 제한 혹은 한국을 포함한 특정 12개국에 53% 관세 부과라는 세 가지 대안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정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에 50% 관세 부과라는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더니 이제는 국가안보를 거론하며 강력한 수입 제재를 가할 태세다.
‘국가안보’라는 소제목이 달린 무역확장법 제4장은 두 조항으로 돼 있다. 제231조는 공산지역으로부터의 수입제품은 어떤 특혜도 금지한다는 조항이고 제232조는 국가안보를 보호(safeguard)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a)부터 (d)까지 네 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b)항은 국가안보손상위협 여부에 관한 조사 요구를 세 곳에서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정부 부서 및 국가기관 혹은 민간 이해당사자의 요청이나 국가위기관리국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조사 결과 국가안보손상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면 국가위기관리국장은 즉각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내린다.
(c)항은 국가안보손상위협이 있다고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할 두 가지 사항을 규정한다. 하나는 국방산업 측면을 다각적으로 고려하라는 것이다. 국방전략물자의 국내 생산, 국내 산업의 생산능력,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자원의 공급 여력, 국내 국방산업의 투자와 미래 발전 및 수입제품의 국가안보 위협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라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실업이나 산업 침체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를 국가복지·welfare to the Nation이라고 표현했음)도 국가안보적 차원으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즉, 수입으로 국내 산업의 피해나 실업, 조세수입의 감소, 기술력이나 투자 감소, 수입 급증으로 인한 과다 재고 등의 국내 경제적 어려움도 국가안보의 문제처럼 고려해 결정하라고 명문화했다.
경제·산업 피해를 국가안보손상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제232조 (c)항 하단은 국가안보와 통상을 동일시하겠다는 선언이다. 미국 마음대로 국가안보손상위협이라고 단정해 무역을 규제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나 대통령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며 궤도를 달리 가져가겠다고 했다. 우리의 국가안보나 대미 통상도 미국이 더 큰 열쇠를 갖고 있는데 우리만 다른 궤도를 의연히 가겠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안보는 손을 잡고 통상은 겨뤄보겠다는 생각 같은데 상대방은 안보의 손과 통상의 손이 같은데 어떻게 그들과 안보의 손은 잡고 통상은 뿌리치겠다는 말인가. 공연히 상대방의 감정만 더 자극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감정적인 미국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
안보와 통상은 분리될 수 없다. 동서고금을 통해 단 한 번도 분리된 적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통상을 잃으면 안보도 잃는다고 생각하듯이 우리도 통상을 잃으면 안보를 잃고 안보를 잃으면 통상을 잃는다.
미국의 오해를 더욱 확대시킬 여지가 있는 행동은 전략적으로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와 통상,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미 간의 진솔한 소통과 이해가 절실하다. 흥분하는 자는 반드시 진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