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제대로 못쓰는 일자리 정책
하지만 정부가 청년일자리 사업을 위해 마련한 예산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일자리 주요 사업인 ‘중소기업 청년취업 인턴제’는 추경으로 예산을 200억 원이나 더 확보해 놓고선 기존 본예산보다도 300억 원을 덜 써 결국 500억 원을 남겼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경 등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정교한 사업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있는 돈도 제대로 못 쓰는 일자리 정책
하지만 투입되는 돈만 늘려 잡았을 뿐 예산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업이 적지 않았다.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구직자에게 취업 상담, 직업훈련 등을 해주면서 구직활동수당도 지원해주는 제도다. 여기에 참여하는 청년은 ‘청년구직촉진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월 30만 원씩 3개월간 지급받는다.
당초 이 사업의 2017년 예산은 3304억 원이었다. 그러나 추경 편성 작업이 시작되자 정부는 예산을 4654억 원으로 늘렸다. 국회 논의를 거쳐 4407억 원으로 조정된 이 사업은 지난해 3767억 원을 쓰는 데 그쳤다. 예산의 15%가 불용(不用)예산으로 남아 국고로 환수되는 것이다. 올해는 이 사업에 5029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들이 2년간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30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와 기업이 돈을 합쳐 16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45.7%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부가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사업 중 예산 집행률이 50%를 밑도는 사업은 3개였다. 여기에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이 포함된 것이다. 당초 475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은 추경을 통해 686억 원으로 증액됐지만 지난 한 해 314억 원만 소진됐다.
일례로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은 기업들이 다른 사업과 중복해 지원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소기업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을 통해 청년층을 포함한 취업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준다. 그러나 기업이 이 사업을 선택하면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지원금은 받을 수 없다.
또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의 경우 대졸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직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구직활동수당을 주는 것이어서 눈높이가 높은 대졸 구직자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다. 이 사업의 청년구직촉진수당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수당’과 유사해 세금이 중복 투입된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년일자리를 위해 추경을 하겠다고 밝히기에 앞서 왜 예산이 남게 되는지 분석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한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이 남는다는 건 정책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의미”라며 “정말 청년일자리가 심각하다고 인식한다면 예산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