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 모니터 속 인물에게 질문하면 답이 돌아옵니다. 일방적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TV에 비해 개인방송은 쌍방향 소통이 장점입니다. 소재가 다양해 골라 보는 맛도 있고요. 자극적인 언행으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방송의 매력과 문제점을 들어봤습니다. 》
▼ 볼수록 끌리는 중독성 ▼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서 뷰티유튜버(화장 관련 개인방송자)들의 방송을 보곤 해요. 방송을 보면서 화장품 구매에 참고도 하고 예쁘게 화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워낙 화장을 잘하시니까 거기에 혹해서 충동구매를 한 적도 많아요.”―백경림 씨(24·대학생)
“영어 교육방송도 보고 운동, 일상 방송(vlog) 등 다양하게 보는 편입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직접 영상을 찍고 만드는 거라 공감이 가요. 요즘엔 워낙 종류가 다양해서 개인마다 특성이 있어요. 그중에서 저랑 잘 맞는 방송진행자(BJ)들의 방송을 골라 보는 거죠. 생방송의 경우 채팅 보는 재미도 있고요.”―조모 씨(29·직장인)
▼ 누구나 방송 가능합니다 ▼
“‘스푼’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라디오소통방송을 했었습니다. 개인 라디오방송은 장비도 스마트폰과 마이크 있는 이어폰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사실 콘텐츠를 준비한 것도 아니라서 소통에만 초점을 두고 음악 틀어주는 식으로 진행했죠. 각자 속에 있는 말들을 익명의 힘을 빌려서 하면 서로 격려해주고 공감해준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김무혁 씨(26·대학생)
“평소에 게임을 좋아하는데 시청자와 교감하면서 진행하면 더 즐거울 거 같아 개인방송을 생각했죠. 요즘엔 인터넷방송 홈페이지도 방송하기 편하게 돼 있어서 부담 없이 시작했어요. 실제 방송을 해보니 시청자 3명 모으기도 힘들더군요. 그마저도 쉼 없이 입담으로 즐겁게 해드리지 못하면 시청자가 바로 나가버리기 일수죠.”―강찬희 씨(26·대학생)
“낚시를 좋아하는데 혼자 하니 재미가 없더군요. 그래서 소통하면서 낚시를 하려고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개인방송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선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는 무슨 짓이냐며 욕설을 하시더군요. 하지만 힘차게 시작한 만큼 언젠가는 낚시BJ 분야에서 1등 하는 게 목표입니다.”―권모 씨(36·아프리카TV BJ ‘민락동주민’)
“제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177cm에 50kg으로 정말 말랐었거든요. 그러다가 운동하면서 몸도 변하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방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운동방송이란 게 지루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예전에 레크리에이션과를 졸업하고 각종 행사 진행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재밌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이성기 씨(30·아프리카TV BJ ‘이참치’)
“병원에 근무하면서 재활환자를 위한 운동치료 방법을 만들었어요. 개인방송이란 플랫폼을 이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재활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판단해서 ‘DMC TV’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시작했어요. 가끔 잘못된 정보를 가진 체육전공자들이 시비를 걸어서 재활환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불쾌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전한 치료법이 환자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방송은 계속할 예정입니다.”―김근현 씨(46·물리치료사)
“방송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찍으면 서로서로 감시자 역할을 해서 해이해지지 않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시청자들이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긴장하면서 공부하게 되더군요. 목표 공부시간을 채우기 위해 노력도 더 하고요. 저도 다른 분의 공부방송을 켜서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하죠. 얼른 합격해서 합격수기를 방송하고 싶네요.”―이모 씨(25·검찰사무직공부방송 BJ ‘다비찡’)
“같이 낚시하던 분 중에 개인방송 하는 분이 있어서 가끔 손님으로 참여를 했었어요. 요리도 하고 먹방(먹는 방송)도 했죠. 시청자분들이 꼭 방송을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본업이 있지만 워낙 원하시는 분이 많아서 제가 좋아하는 두족류 낚시방송을 하기로 했죠. 처음엔 소통하랴 낚시하랴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제가 말이 더 많아졌어요. 제 방송 보면서 힐링한다는 분들도 계신다고 하니 더욱 책임감을 갖고 두족류 요리, 해루질 등 신선한 주제로 즐겁게 방송할 생각입니다.”―박창규 씨(45·낚시방송 BJ ‘물짱구’)
“애들이 유튜브에 올라온 개인방송을 보면서 뜻이 안 좋은 단어를 배우더라고요. 거기다가 요즘엔 자기들끼리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하면서 그런 언어를 계속 쓰더군요. 물론 학생들 간의 문화라고 볼 수 있지만 안 좋은 어휘를 평소에도 무분별하게 쓰는 건 안 좋다고 봐요. 그래서 적어도 제 앞에서는 그런 언어를 못 쓰게 주의를 주고 있어요.”―이모 씨(29·초등학교 교사)
“무척 자극적인 방송들이 있어요. 시청자의 별풍선(현금결제 사이버머니)을 받으려고 자기를 혹사시키는 무리한 행동을 많이 하는 거죠. 간장 한 통을 한 번에 먹기도 하죠. 근데 이게 그 사람들에겐 돈벌이 수단이니 반응 유도를 위해서 그러는 건 이해가 돼요. 하지만 미성년자들도 많이 보는데 해당 플랫폼의 더욱 강력한 자체 심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김세훈 씨(27·금융업 종사자)
“정부의 인터넷방송 결제금액 한도 규제가 꼭 필요할까 싶어요. 별풍선 주는 것을 통해서 BJ와 유대감을 쌓고 자신의 닉네임이 불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약간 자기과시욕 해소라고 봐야겠죠. 자기 돈을 자기가 쓰는 건 개인의 자유잖아요. 저같이 이런 데 돈 안 쓰는 사람은 절대 안 쓰기도 하고요.”―강희용 씨(28·대학생)
▼ 공감대 형성이 중요 ▼
“1020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일방적인 TV방송보다는 상호소통이 가능한 개인방송을 선호하는 거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자신의 의견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워낙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앞으로도 개인방송 시청자, BJ가 늘어나 활성화될 거라 예상됩니다.”―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인스타그램에 ‘춈미’라는 분의 게시물이 20, 30대 여성에게 인기가 있어요. 가끔씩 라이브 방송도 하시는데 결혼 이야기부터 직장생활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소통을 하더라고요. 다들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생활환경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 친구 사이에도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더 가까워지듯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사이지만 방송을 통해서 서로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윤이송 씨(24·대학생)
“TV는 가족이 시청하는 미디어라 가구원의 공통된 가치나 선호를 공유하는 반면에 개인미디어는 자아욕구가 보다 강하게 반영된 매체죠. 따라서 공적 규제를 받고 사회적 책임성을 중요시하는 TV방송과 달리 개인방송은 개인별로 세분된 욕구 충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젊은 세대의 성향에 맞는 거죠. 앞으로 전문화된 개인방송이 미디어시장에 끼칠 영향이 더욱 커지겠지만, TV방송과 상호보완적인 요소가 많아서 함께 진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조경준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