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용덕 감독.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조직 관리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 배울 점도 많더라.”
한화 한용덕(53) 감독은 2017시즌이 끝나고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선수단을 지휘할 때만 해도 표정에 여유가 느껴졌지만, 본격적인 시즌 준비를 위해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요즘 그의 얼굴은 지난해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무리캠프는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자리였다면, 스프링캠프는 전투를 앞두고 최정예 멤버를 꾸리는 단계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점점 커졌고, 이는 불면증으로 이어졌다. “선수의 나이를 따지지 않고 전력을 꾸리려 하는데, 고민이 많다. 잠이 잘 안 오더라.”
한 감독이 고전소설인 ‘초한지’를 정독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한지는 진나라 말기부터 전한 초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낸 중국의 역사소설로 작가에 따라 구성도 조금씩 다르다. 한 감독은 석장현 운영팀장이 공수해 온 이문열 작가의 작품을 정독하고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집어 들었다가 그 재미에 푹 빠졌다. 4일 만난 그는 “어느새 10편 가운데 3편까지 읽었다. 이제 항우와 유방이 나오고, 진나라와 싸우는 단계”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단순히 재미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배울 점도 많다. 한 감독의 임무 가운데 하나가 선수단을 관리하는 것인데, 조직 관리에 대한 대목은 특히 꼼꼼하게 읽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직 관리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배울 점도 참 많더라”고 밝혔다.
한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을 중시하는 지휘관이다. 코치 시절부터 그가 가장 강조하는 덕목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편안하게 다가가 의견을 개진한다. 기본을 지키되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의 근원이다. 팀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변화는 늦은 시간까지 초한지를 정독하며 하나라도 더 습득하려는 한 감독의 노력과도 궤를 같이한다. 그의 독서는 단순히 불면증 퇴치용이 아닌, 또 다른 리더십을 장착하기 위한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